중국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환율 제도 자체가 '환율 전쟁'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무역에서 흑자를 낸 국가의 통화는 자연스럽게 '강세'가 되고 이를 통해 무역수지 균형점을 찾는데, 중국이 새롭게 운영하고 있는 환율 제도는 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특성 탓에 다른 국가의 불만이 고조되면 중국도 지금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고, 결국 금융시장 자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국의 대전환, 한국 경제 해법은' 세미나에서 위안화 환율 제도 변화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국의 대전환, 한국 경제 해법은' 세미나에서 '요동치는 위안화, 한국금융의 과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지 연구위원은 현재 위안화 환율 제도는 그 자체에 환율 전쟁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세계 최대 무역 수지 흑자국인 중국의 화폐는 지속해서 강세가 돼야 하는데, 중국은 돈을 얼마나 벌든 '바스켓 통화'를 따라가겠다는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11일 그동안의 환율 제도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달러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사실상의 '달러 페그제'였는데, 이젠 달러뿐 아니라 유로와 앤 등 여러 국가(바스켓) 통화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게 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지 연구위원은 "기존 제도에선 달러가 강세가 되면 위안화도 저절로 강세가 돼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깎아 먹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결국 이걸 견디기가 어려우므로 달러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최근 '환율조작국'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도, 사실은 중국의 환율 조작(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위안화 환율 제도가) 해외의 불만을 높이고, 이를 중국이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안화 환율 제도의 불안정성으로 투기가 일어나고, 아시아 전반의 금융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 연구위원은 또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 하기보다는, SDR(특별인출권) 등을 통해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은 아직 먼 이야기"라며 "중국이 SDR 편입을 위해 노력하고 이에 의의를 두는 이유는 달러를 이기려는 게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해서 달러를 약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중국경제와 한중관계 전문가로 손꼽힌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중국팀장·베이징사무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동아대학교 국제학부 조교수로 활동한 뒤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고 베이징어언대학과 중국인민대학에서 연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