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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장밋빛 전망이 만든 '밑빠진 대우조선'

  • 2017.03.17(금) 14:40

회생여부 불확실 '악순환의 고리' 단절 못해
회사채 상환유예 전제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

"다행스러운 것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액 4조2000억원 가운데 2조4000억~5000억원은 집행하지 않고 있고, 연말 자금 수급을 볼 때 크게 다시 손 벌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2016년 2월1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기자간담회)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연쇄 효과도 막대하다. 현 시점에서 정리한다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국가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2016년 11월1일, 정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직후 이동걸 회장 기자간담회)

"어떤 경우에도 국민 혈세가 더 들어가선 안된다는 전제가 있다"(2017년 2월 8일 이동걸 회장 취임1년 기자간담회)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혈세를 투입한지 1년 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이러한 일관된 입장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와 산업은행은 또다시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안팎에선 신규자금 지원규모로 최소 3조원 이상을 거론하고 있다.

4조2000억원 지원 발표 당시부터 현재까지 정부와 산업은행의 논리는 늘 대마불사와 장밋빛 전망으로 점철됐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국가경제적인 영향을 봤을때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업황이 살아나면서 자연스레 독자생존할 수 있게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은행 내부에조차 '밑 빠진 독'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황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 최선은 '조건부 자율협약', 최악은 법정관리

정부와 산업은행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안은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신규자금을 지원하되 기존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중심으로 지원했던 방식 대신 시중은행을 포함한 모든 채권금융기관과 사채권자까지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채권자 채무조정안 합의를 전제로 했던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과 같은 방식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오는 4월 22일 회사채 4400억원 만기를 앞두고 내달초 사채권자 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우조선이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총 1조49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이 상환유예, 만기연장 등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의 신규 지원액 중 상당액은 회사채 상환에 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신규 지원 명분도 사라지고, 결국 조건부 자율협약은 물 건너 가는 셈이 된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혹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중간형태인 'P플랜(프리패키지플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사채권자들도 합의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 최선이지만 쉽지 않은 과정‥속내 제각각

대우조선 해법을 두고 속내는 제각각이다. 우선 사채권자의 합의 여부가 관건이다. 과거 현대상선의 경우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안에 합의를 했던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은 물론이고 사채권자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우조선 사채권자들 역시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자율협약을 시행하려면 채권단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원해서 살아나면 괜찮은데 조선업황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망가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지원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도 "통상 배 건조기간이 1년반~2년정도 되는데 지금 발주가 많다면 2년뒤 경기 호황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아직 발주가 안되고 있다"며 "2년 뒤에 업황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역시 신규자금 지원 분담 방안에 합의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통상 채권금액 기준으로 분담액을 정하는데 이 경우 2월말 기준으로 수은이 9조2000억원, 산업은행이 4조9000억원으로 수은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반면 산은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란 점에서 책임이 뒤따르고 BIS비율 등 자본여력에 비춰볼 때도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양 기관간에 줄다리기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 '밑 빠진 독' 악순환 되풀이 이번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원하면 살아나느냐'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데 있다. 밑 빠진 독 아니냐는 것이다. 늘 되풀이됐던 논란이다. 오는 23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 처리방안을 발표한다. 정부가 4조2000억원 지원을 발표한 이후 1년 반만이다. 지난해 10월말 정부 합동으로 조산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이후로는 불과 5개월만이다. 대우조선 유동성은 바닥을 드러냈다.


애초 4조2000억원 지원 당시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영업이익이 나고, 오는 2019년이면 완전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발표한 대우조선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이런 전망은 요원해보인다. 지난해 1조6089억원의 영업손실, 2조71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4년 연속 대규모 적자다.

지난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직전에도 맥킨지는 대우조선에 대해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2강 체제를 언급한 컨설팅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다시 천문학적인 금액의 혈세 투입을 앞두고 이같은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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