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자율적 구조조정과 법정관리의 일종인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Pre-Packaged Plan)에 따른 구조조정의 기로에 섰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해관계자간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되면 법원에 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열쇠는 회사채 등에 투자한 사채권자에 있다. 오는 4월14일 사채권자집회가 열리는데 사채권자들이 채권단에서 마련한 출자전환 등의 채무조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P-플랜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을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장점인 법원의 폭넓고 강제력있는 채무조정 기능과 워크아웃의 장점인 신속성과 원활한 신규자금지원 기능을 결합한 제도다.
통상 워크아웃의 경우 신규자금 지원이 수월하지만 비금융채무 비중이 클 경우 적용하기 어렵고, 채권금융기관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다. 반면 법정관리는 신규자금 지원이 어렵고 조선사의 경우 건조중단 등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P-플랜의 경우는 신규자금 지원으로 정상적인 기업운영을 가능토록 하는 동시에 청산가치에 준하는 대규모 출자전환 등 폭넓은 채무조정으로 재무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P-플랜도 결국 법정관리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미 수주한 선박의 발주취소(Builder's Default) 사유에 해당돼 발주취소와 건조중인 선박의 사장 및 금융회사의 선수금(RG) 환급요청(Call) 등의 부담은 여전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3일 대우조선 처리방안 관련한 백브리핑에서 "실사법인에선 법정관리로 갈 경우 현재 짓고 있는 배 96척 중에서 40척 이상의 발주 취소는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며 "P-플랜으로 가면 짧은 시일 내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점 등으로 선주를 설득해 발주 취소를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자율적 합의에 따른 구조조정보다는 신규자금 지원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위원장은 "발주 취소가 얼마나 생길 것인가에 따라 달라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자율적 합의보다는 돈이 더 들 것으로 전망되고 이 경우에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분담해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시장의 인식 훼손도 불가피해 신규수주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P-플랜이란 제도가 완성되지 않은 점 역시 부담이다. 금융위는 올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P-플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법원,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논의한 후 오는 2분기에 제도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P-플랜의 세부계획이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완성되지 않은 틀을 갖고 처음 적용하는 것이어서 어떤 돌출변수들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