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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우조선 구하기' 궁색한 이유

  • 2017.03.28(화) 15:46

조선업 큰 그림·대우조선 미래비전 안보여

사례1. 김비전 씨는 쪼들리는 살림에도 한달 수입의 3분의 1 혹은 많게는 절반 이상을 자녀 사교육비에 쓴다. 매일 야근에, 안입고 안먹고 안쓴다. 그래도 이 돈만은 아깝지 않다. 

사례2. 김정부 씨는 숨이 간당간당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고 4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1년 5개월이 지나자 곳간이 비었다며 또 다시 돈을 넣어야 한단다. 이번엔 2조9000억원을 넣기로 했다. 살 수 있을지 여부도 모른다. 단지 지금 망하는 것보다는 손해를 덜 입을 것 같다는 이유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김비전 씨는 사교육비에 쓰는 돈을 투자라고 여긴다. 그러니 아깝지 않을 수밖에. 반면 김정부 씨에겐 투자는커녕 버리는 돈에 가깝다. 천문학적인 혈세 투입의 명분이 서질 않는다.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STX조선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STX조선도 2013년 4조5000억원을 지원해 건조중인 선박을 어느 정도 완공해 국민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지난해 법정관리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눈을 의심했다. STX조선은 실패한 구조조정의 전형적인 사례다. 결국 이 전철을 밟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질 않는다. 2조9000억원을 더 넣어서 짓고 있는 배를 최대한 지으면 금융회사 부실도 현재 13조원에서 9조원으로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채권회수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밑 빠진 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임 위원장의 답변이다.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물론 좋게 표현하면 '소프트랜딩'이다. 하지만 또다시 대규모 혈세를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는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사례도 적절치 못하다.

STX조선의 구조조정을 돌이켜보면 4조5000억원 지원에 동참한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애초 2013년에 자율협약 대신에 법정관리로 갔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물론 당시에도 금융회사들이 물어줘야 할 선수금 부담은 컸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손실을 털어버렸다면 오히려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까지 STX조선은 선수금 돌려막기로 버텨왔고, 이는 중소형 조선사들의 저가수주를 부추겼다. 공멸의 길이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우려하는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때 세계 최고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는 2011년~2013년 몰락했다. 핀란드는 노키아를 살리는 대신에 그 돈을 수많은 스타트업을 일궈내는데 투자했다.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되살리려는 선택이었다.

불과 몇년전까지 세계 1위 조선사였고, 지금 죽이는게 아깝고, 또 손실이 너무 크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조선업이 혹은 대우조선이 그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혹은 어떻게 탈바꿈해 나가야 할지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2조9000억원, 출자전환분까지 포함하면 6조원에 가까운 돈이 더는 버리는 돈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될 수 있다. 

임 위원장 스스로도 과거 구조조정에 비해 상황이나 여건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새로운 구조조정 틀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업 특성한 복잡한 계약관계, 각종 로열티, 유가, 업황 등 수없이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더는 과거의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돈을 넣어서 살리고 보자 식의 구조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해법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 더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는 것도 결코 쉽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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