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1 에러, 망할 기업인데 살 것이라고 오판해 투자하기로 한 오류.
#타입2 에러, 살 기업인데 망할 것이라고 오판해 투자하지 않기로 한 오류.
통계학에 나오는 개념인 타입1 에러와 타입2 에러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이슈에 빗대어 봤다. 결국 정부 입장에선 타입1보단 타입2 에러를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하고, 이는 대우조선을 살리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러니 정부의 속은 타들어간다. 채무조정안 성공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채무조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오는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다음주 말까지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도 다음주나 돼야 채무조정안에 대한 확약서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은 다음주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 P플랜 배수진 쳤지만 속타는 정부
금융위원회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무조정안에 실패하면 P플랜(사전회생계획)에 들어간다는 배수진을 쳤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실사 결과에 따라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 이번 채무조정안이고 이것이 대우조선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최근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이익인지는 이미 명확한 답이 나왔다"고 언급한데 이어 또다시 "채무조정 실패 때 즉각 P플랜을 가동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나갔다.
시중은행의 경우 채무조정안이 성공하면 추가 충당금적립액은 4411억원에 불과하지만 P플랜에 들어가면 충당금 부담액은 9878억원으로 커질 것이란 증권사 전망도 나왔다.
▲ 자료=유진투자증권 |
국민연금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어제(6일) 투자위원회를 열었지만 예상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직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재무상태와 기업계속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현 상태로는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사채권자 집회에서 기권 혹은 반대를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결국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최종구 수출입은행 회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오는 10일 국민연금, 우정산업본부 등 32곳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관장들이 나서 직접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 '출자전환했다 망하면'‥국민연금 속내는
국민연금 측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추가 감자와 출자전환 가액을 낮추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임 위원장은 어제 "(산은은) 대주주로서 충분한 조치를 했다"며 "추가 감자나 출자전환 가액을 낮추는 것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금융위 실무 관계자도 "이미 감자를 했고, 뉴머니로 들어간 것은 혈세나 다름없어 이 부분을 추가 감자하기는 어렵다"며 "더는 손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자나 출자전환 가액을 변경하면 사채권자 공고를 다시 해야 한다. 사채권자 집회가 미뤄지는 사이 대우조선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회사는 더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합의되지 않으면 결국 P플랜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또 '기업계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언급했듯 채무조정이 이뤄진다해도 기업이 살아날지 여부를 알수 없다는 점에서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 출자전환해서 주식으로 갖고 있으면 회사가 망할 경우 한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도 확약서 제출을 늦추고 있다. 애초 오늘(7일)까지 제출하기로 했지만 산업은행이 시중은행의 요구를 반영해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영구채 금리를 3%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문을 이날 중 시중은행에 보낼 예정이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있기 때문에 (확약서 제출 여부는)다음주 중에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큰 틀에서 합의는 이뤄진 만큼 채무조정에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