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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대우조선의 뻘쭘한 다짐…“흑자전환”

  • 2017.03.24(금) 18:43

올해 수주 목표 55억 달러.. 실현 가능 의문
국민연금 채무조정안 검토중…채권단 설득 과제

“작년 6월, 이 자리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지만 이제는 희망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2016년 3월10일)

 

“추가지원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흑자전환시켜 또 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지는 않겠다.”(2017년 3월24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4일, 2조9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지원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첫 간담회였던 2015년 6월, 정성립 사장은 부실의 원흉이었던 해양 부문 사업을 축소하고, 풍력사업을 비롯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본업인 조선업에 주력해 회사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같은 해 10월, 정부로부터 4조2000억원을 지원받아 숨통이 트였고 업황이 개선돼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3월에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흑자전환 달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원받은 자금은 부실을 메우는데 사용돼 이미 사라졌고, 결국 2조9000억원을 추가지원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간다.

 

정성립 사장도 이를 의식한 듯 했다. 우선 다시 한 번 흑자경영을 선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015년에는 적자 규모가 2조2900억원으로 치솟았고, 작년에도 1조5300억원에 달했다.

 

장 시징은 올해도 흑자전환에 실패하면 회사를 떠나겠다는 결단도 밝혔다. 정 사장은 “한 번 더 믿어달라고 말씀드리기 죄송스럽지만 올해는 반드시 흑자를 낼 것”이라며 “만약 어떤 이유에서라도 흑자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제 능력의 한계라 여기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배수의 진’을 친 배경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수주잔량이 자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월 말 기준 108척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50척은 대우조선이 강점을 갖고 있는 LNG선이다. 특히 올해 건조를 마치고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면 약 10조원 가량을 회수할 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 설명이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24일 취임 후 네 번째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흑자 달성에 실패하면 회사를 떠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해도 대우조선해양이 향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보유한 수주잔고는 많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신규 수주가 이뤄져야 향후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들어 경쟁입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선가 및 지불조건 열위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대신 그 동안 쌓아온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우량고객과 수의계약한 프로젝트는 존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로 특수선 10억 달러, 상선 30억 달러, 해양 15억 달러 등 55억 달러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수주 성과의 3배 이상이다. 수주절벽이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 업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해도 이 같은 수치는 달성이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특히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삼정KPMG와 법무법인 태평양에 의뢰해 대우조선해양이 세운 올해 수주 목표 55억 달러를 2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을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현 시점에서 전년과 비교해 큰 폭의 수주 실적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신규 수주보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 인도를 통한 자금확보에 주력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 동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각 경우가 법률적으로 갖는 의미와 영향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에 들어간다.

 

정성립 사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채권단에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강조해 출자전환 된 채권에 대해선 주식가치 상승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상환이 유예된 채권에 대해서도 3년 후 문제없이 상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정성립 사장은 “채권단 설득과 관련해선 정공법 밖에 없다”며 “대우조선이 올해는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을 300%로 조정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 이번 지원을 계기로 회사를 단단하게 재탄생시키겠다는 점에 대한 확신을 채권단에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불확실하고, 선가 등을 낮추기 힘든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하는 발주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경쟁력을 판단 근거로 사채권자들이 대규모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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