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곧장 따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 한국은행,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확대될 것이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특히 현재의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리를 추가로 내리거나 올려야 하는 압박이 줄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이어가리라는 전망이 많다.
먼저 최근 우리나라 경기가 차츰 회복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이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은은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설비투자 개선세도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성장 흐름은 지난 4월 전망 경로를 소폭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 역시 "7월 경제전망 때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매년 1월부터 3개월마다 경제전망을 수정해 발표한다. 관련 기사 ☞ '3년째 시름시름' 한국 경제…살아날 조짐 보인다
이와 함께 새 정부가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보다는 재정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행의 부담이 줄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앞서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유효하다는 이전까지의 고전적인 관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 역시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재정정책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김 후보자의 발언에 공감했다.
◇ 당분간 금리 동결…"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부담 줄어"
한국은행은 또 기준금리를 당장 인상해야 할 필요성도 줄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우선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 역전 현상이 최근 들어 해소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장기금리는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경제정책 기대가 약화하면서 낮아졌고 반대로 국내 장기금리는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 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대응 않겠다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한미 간 금리 역전현상이 해소됐다는 것은 현재 우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다소 줄여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직 우리나라 경기 회복세가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4월 기준으로 1.9%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이어서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에 힘을 실어준다.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긴 했지만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금리 인상의 압박을 줄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워낙 커져 금리 인상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다음 달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언제까지나 현재의 완화적 통화 기조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