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 지 32시간 만에 신규 계좌 개설 수가 47만좌를 넘어섰다. 국내 16개 시중은행이 1년간 확보한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가 15만건 가량인 걸 고려하면 비대면 영역에서만큼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카카오뱅크의 압승이다.
모바일에서의 '실력 차'를 절감한 기존 시중 은행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지난 4월에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의 경우 카카오뱅크 '광풍'에 놀라긴 했지만 인터넷은행에 쏠리는 관심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고객들이 점점 인터넷은행에 익숙해지면 함께 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카카오 돌풍' 32시간 만에 47만 계좌 돌파
카카오뱅크의 초반 돌풍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출범 2일째인 28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계좌 개설은 47만을 넘어 섰고 예·적금 등 수신은 1350억원, 여신(대출)은 920억원을 넘어섰다. 인터넷은행 고객들이 영업시간 이후에도 가입을 활발하게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 만에 50만 계좌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난 4월 초 출범해 작지 않은 관심을 받았던 케이뱅크가 신규계좌 30만개를 달성하기까지 두달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다.
시장에서는 이런 카카오뱅크의 돌풍이 '개점 효과'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며 43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계좌를 개설하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지급하고 체크카드에 카카오톡 캐릭터를 새겨 넣는 등 플랫폼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은행의 프로세스 재해석"…금융권 파장
카카오뱅크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 금융사들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넘어서 기존 금융사의 영업 관행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출범하면서부터 은행의 고착화한 영업 관행을 직접 겨냥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난 27일 출범식에서 "그간 우리의 상식을 깨는 것에서 카카오뱅크는 출발했다"며 "은행의 프로세스를 재해석한 결과가 카카오뱅크"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반드시 예금 계좌를 개설해야 적금을 들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계좌개설을 하지 않고 일단 가입만 한 뒤 상품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작은 변화만으로 고객의 심리적인 부담을 낮추는 방식을 고안한 셈이다. 관련 기사 ☞ 카카오뱅크 활용법
또 로그인을 패턴 입력으로 하거나 계좌에 프로필 사진 넣는 등의 방식은 기존 은행에서는 볼 수 없던 형식이다. 이는 미래의 장기적인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관련 기사 ☞ 젊은층 끄는 케이·카카오뱅크…3호는 언제쯤?
여기에 더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장점인 적은 비용이 드는 구조를 활용해 상품 가격까지 낮추면서 고객층을 빨아들이고 있다.
▲ 지난 27일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시중은행 가격 경쟁 맞대응…'장기 전략 고심'
기존 은행들은 부랴부랴 인터넷은행에 대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일부 시중 은행들은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한도를 1억 5000만원으로 넉넉히 잡은 것에 대응해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높였다. 또 예·적금 금리를 높인 특판상품을 앞다퉈 내놓거나 해외 송금수수료를 낮추는 등 인터넷은행 '맞춤형' 대응 전략들을 내놓는 모습이다.
은행 내에서도 이런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은 고비용 구조라 가격 경쟁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며 "인터넷은행과는 태생이 다른 만큼 장기적으로는 다른 전략을 쓰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단순 송금이나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인터넷은행에 많이 뺏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주목도에서 떨어지는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내심 '시너지 효과'가 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케이뱅크 고객 상담 건수가 약 3배로 뛰었다"며 "카카오뱅크와 관련 없이 상품 판매도 계속 확대되고 있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