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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뱅크 탐구]①피도르 은행의 '커뮤니티'

  • 2017.12.15(금) 06:30

SNS로 고객 참여 유도…함께 만드는 신뢰
오픈 시스템으로 협력사와 공동 서비스 구축

"모든 걸 완전히 뒤집어 생각할 때다." 영국의 금융시장 분석가 크리스 스키너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대부분이 디지털 원주민이 되는 세상에서 점포를 기반으로 한 은행은 변해야 산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등장을 계기로 은행 서비스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우리보다 앞서 '인터넷은행' 시대를 열었던 해외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금융산업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사례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신뢰'의 방향을 바꾸다


"피도르는 '신뢰'를 의미하는 라틴어 'fides'에서 기원한 말로 피도르 은행은 커뮤니티 구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장려한다." (매티아스 크로너, 피도르 최고경영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모델로 첫손에 꼽히는 독일의 피도르 은행. 피도르가 '신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의미심장하다. 2008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은행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했다. 피도르는 그즈음인 2009년 설립했다. 고객이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피도르 은행이 처음 출범했을 때의 직원은 25명에 불과했다. 크고 안정된 조직과 정형화한 시스템으로 신뢰를 만드는 기존 시중은행과는 시작점부터 달랐다. 이 정도 규모의 조직으로 어떻게 신뢰를 만든다는 것일까?

피도르 은행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매티아스 크로너의 말에 힌트가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은행들은 블랙박스와도 같고 고객 중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개선하려는 것이 이러한 부분"이라며 "피도르은행은 커뮤니티 구축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 피도르 은행 홈페이지.

피도르 은행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트위터 등과 연계한 커뮤니티를 운영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에 따라 예금 금리를 올려주는 것은 인터넷은행의 모범 사례로 매번 거론된다. 게시판에 누군가 질문을 올렸을 때 다른 사람이 답변을 달면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에게 0.1유로를 지급하는 등 고객 참여를 유도하는 서비스도 잘 알려졌다.

결국 기존 은행들이 대형 시스템을 통해 일방적으로 신뢰를 만들었다면, 피도르 은행의 경우 커뮤니티 등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으로 쌍방향의 신뢰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피도르 은행에 대해 "은행과 소비자 간 비대칭 정보문제를 해소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며, 이용자가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 서비스 '공동체'를 만들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수십 명에 불과한 직원으로 은행의 방대한 서비스를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피도르 은행은 서비스에서도 '공동체'에서 답을 찾았다.

피도르 은행은 개방형 IT시스템을 통해 20여 개 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방형 시스템은 제3자인 협력사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피도르 은행은 이를 통해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온라인 귀금속 매매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예금 이자로 통신 요금을 낼 수 있게 한 서비스 등이다.

▲ 출처:예금보험공사, 그래픽 : 유상연 기자/prtsy201@

결국 백화점식으로 모든 서비스를 스스로 해왔던 기존 시중은행과는 다르게 일종의 플랫폼이 돼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함께 '서비스 공동체'를 구축한 셈이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역시 피도르 은행의 이런 영업 방식에 '힌트'를 얻은 듯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은행업 본인가를 받으면서 중장기 계획으로 '오픈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지금은 6개월만 지나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난다"며 이제는 은행이 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탄탄한 실적과 해외 진출

피도르 은행은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견고한 실적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피도르 은행의 자산은 2009년 2500만 유로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억 4600만 유로로 몸집을 불렸다. 당기순이익은 영업 초기인 2011년과 2012년에는 300만~5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3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4년 기준 당기순이익은 140만 유로 가량이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prtsy201@

피도르 은행은 이와 함께 다른 인터넷은행들과는 다르게 해외 진출에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피도르 은행은 협력사를 통해 영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뒤 러시아와 미국 등에서 현지 회사와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금융그룹 BPCE에 인수되면서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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