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내년부터 수익성 제고에 나서는 만큼 임원 인사에서 실적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기존 회장 선임 관행대로 고위관료를 앉힐지도 주목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며 친 정권 인사 발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 돈 버는 농협 만들려면
농협금융 회장 인선의 핵심 키워드는 수익이다. 농협금융은 부실채권 정리(빅배스)를 마쳤으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벌 태세다. 지난 26일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영업통'인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를 농협은행장으로 최종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은행장은 기획 전문가였으나 나는 현장을 우선하는 영업 전문가"라며 "상호금융 대표 때 시장 점유율 등을 개선한 걸 좋게 평가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선 상호금융을 잘 모르니 파격적 인사로 볼 수 있으나 내부에선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호금융 점포 수는 약 4600개로 시중은행의 네다섯 배에 달한다. 그만큼 영업일선에 밝은 이 내정자를 이번 인사에서 전격 발탁한 것. 은행장에 이어 회장 인선도 영업과 수익 회복에 초점을 맞출지 주목된다.
◇ 눈 높은 농협…관료 하마평 주목
고위관료 선임 여부도 관심이 높다. 농협금융은 이제껏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출신들에게 회장자리를 맡겼다. 그냥 관료가 아닌 장, 차관급 인물을 데려왔던 만큼 눈도 높다. 역대 회장 못지 않게 힘 있는 인사가 물망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은행연합회장 인선엔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등 굵직한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농협금융 수장 후보로도 우선 순위에 꼽힌다.
농협금융은 김용환 회장의 임기 만료 40일 전에 임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자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3명, 사내이사 1명, 농협중앙회 측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 김병원 의중 결정적…정권인사 관심
가장 결정적인 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단위조합장들의 의사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모든 지분을 갖는 만큼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다. 이대훈 내정자의 '깜짝' 선발도 김 회장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에서 농협중앙회장 선거 중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의 거취에 법적 책임보다 정치적 입김이 세게 작용했던 전례가 있다. 이런 맥락에선 김 회장의 인선 결정에 정치적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권이나 참여정부 고위인사에도 문이 열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