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차에 접어든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이 올해 농협그룹 계열사에 대한 강력한 개혁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이 아직도 '불법 선거'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김 회장이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직후 검찰은 선거법 위반 수사에 착수했고 작년말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항소심 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에 빠르게 '레임덕'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항소심 공판이 오는 17일 오전 11시10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은 작년 12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받은 당선인은 당선이 무효된다.
검찰 수사 결과 김 회장은 선거때 경쟁 후보자와 '누가 결선 투표에 오르든 서로 밀어주자'고 사전에 합의하고, 2016년 1월 선거당일 경쟁 후보는 대포폰을 이용해 대의원 107명에게 '김병원을 찍어 달라'는 문자를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선거를 앞둔 2015년 6월부터는 전국 대의원 100여명을 직접 접촉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고, 그해 12월 '김병원 기고문'이 맨 위로 오도록 신문을 접어 대의원에게 우편 발송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인터넷 언론사는 김 회장의 부탁을 받고 김병원이 여론조사 결과 41.7%로 1위라는 허위 기사를 보도했다. 실제 지지율은 26.3%였다.
검찰은 당시 "농협중앙회 임직원, 농협대학 관계자, 계열사 대표 등을 총동원해 선거캠프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확인했다"며 "당선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은 용납될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 외에도 11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등 3명이 구속기소됐다.
작년말 열린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선거 입후보한 뒤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혼탁·과열 선거 양상을 보였다"며 "위탁선거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법 규정을 광범위하게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김 회장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고, 김 회장은 그 결과를 누리는 주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위탁선거법에 따라 치러진 첫 선거여서 종래 느슨한 규제 하에 이뤄진 선거운동 관행을 따른 측면이 있었다"며 "위탁선거법이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에 따라 관련 규정이 계속 변화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규정은 어겼지만 금품 살포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 직후 김 회장 등은 항소했다.
지난달 취임 2주년을 맞은 김 회장은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합심해 노력한 결과 농가소득 1조9500억원 기여, 10년만의 목표손익 달성 등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김 회장은 올해 34개 모든 계열사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받아 수익성이 낮은 곳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 자회사들의 해외진출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취임 전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와 임기 내내 재판이 진행되면서 김 회장의 개혁작업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재판 결과에 따라 김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거나 상실할 수도 있어 그룹 모든 임직원들의 역량을 모아 힘있는 개혁작업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