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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農心)도 잡고, 건전성도 잡아야 할 농협은행

  • 2016.04.28(목) 16:08

[인사이드 스토리]농협중앙회장, 계열사 간부 무박2일 소집
농심-상업성 사이 두 마리 토끼잡아야… "과도기적 상황"

이번주 금요일 농협엔 아주 큰 행사가 치러집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소집한 자리인데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전국에 있는 시군지부장을 포함한 중앙회 산하 전계열사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농협이념중앙교육원에서 일명 '농심(農心)'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벌인다고 하네요. 이러한 워크숍 자체는 간혹 했던 것이니 놀랍지는 않지만 강도가 예전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업무가 끝나는 금요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예정돼 있는데요. 숙박일정은 없습니다. 무박 2일로 진행되는 거죠.

게다가 김병원 중앙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자청했다니, 전 계열사 간부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 농협은행 조선·해운에 물려 충당금 폭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합니다. 아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겠죠. 실적때문인데요.  애초 지난 25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려던 농협금융은 갑작스레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최근 속도를 내는 기업 구조조정, 특히 조선·해운사 구조조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게 원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농협은행의 STX조선 관련 충당금 적립 여파로 4분기 적자를 냈던 농협금융이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을리 없습니다. 당장 중소형 조선사인 창명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은행권 익스포저 6000억원 중 농협은행의 익스포져(지급보증·대출)는 4032억원입니다. 이 중 50% 가량인 2332억원을 올해 1분기에 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이미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까지도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이뿐인가요.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충당금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2.27%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당금적립비율은 85.46%에 불과합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기업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이 58%에 불과하다"며 농협은행의 건전성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 자료: 금융감독원

 

# 중앙회장, 부쩍 잦아진 '농심' 발언

 

농협은행도 물론 할 말은 있습니다. 농협은 신용사업(금융부문)이 경제사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입니다.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와 배당금 등이 상당해 이를 빼고 나면 내부유보나 충당금을 적립할 여력이 없다는 건데요.

 

실제 지난해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낸 명칭사용료는 3444억원입니다. 이중 농협은행에서 낸 게 2313억원입니다. 올해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낸 배당금(2015년 결산분)도 1800억원이나 됩니다. 물론 이 배당금은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건데요. 이 재원 역시 농협은행이 금융지주에 지난해 3월 배당한 2000억원이 포함됩니다. 이마저도 올해는 돈이 없어서 못했습니다. 농협은행으로선 등골빠지는 일입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최근 몇년간 충당금을 차곡차곡 쌓을 때 그렇게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금융과 은행 등 금융계열사에선 요즘들어 '농심'이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앞서 김병원 중앙회장이 농심과 관련한 끝장토론을 예고했듯, 취임 후 줄곧 전 계열사에 '농심을 잊지마라'고 강조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 겁니다.

 

물론 전임 최원병 중앙회장 시절에도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최 전 회장은 농협은행의 숙원이었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했습니다. 본인의 업적인 만큼 나름 금융부문에 힘을 실어준 측면도 있었겠죠.

# 농심과 상업성 사이…"신경분리 후 과도기 상황"

협동조합이란 태생에서 온 숙명이라고 하기엔 농협은행엔 가혹한 일입니다. 은행은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금융회사이니까요. 김병원 중앙회장이 강조하는 농심과 상업성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례없는 일이다보니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건전성 관리를 소홀히했다가는 은행 자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농협은행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돈을 아주 많이 벌거나 돈 새나가는 것을 막아야합니다. 그동안은 이 두 가지 모두 실패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힘듭니다. 시중은행이었다면 지금 이순간, 리스크 관리 혹은 건전성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무박2일 끝장토론을 해도 모자라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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