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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우건설, 정말 헐값에 팔렸나

  • 2018.02.02(금) 16:47

산은, 2010년 대우건설 3.2조에 인수
감사 의견거절 등 여파 주가 뚝뚝…두차례 손실 인식
"M&A시장 건설사 인기없어..시세 기준 매각 정부 공감"

"지금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왜 파느냐. 이 부분에 대해선 다 아시잖아요. 주식, 어떻게 기다리겠습니까."

지난달 31일 전영삼 산업은행 부행장(자본시장부문)은 대우건설 헐값매각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주가 올라가기만 기다릴 수 있느냐"며 "어느 시점이 (매각) 최적인지는 판단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헐값논란은 산업은행이 최근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업계는 매각대금이 1조6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3조1785억원에 인수했다. 단순하게 매입가격만 감안하면 8년간 손실이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정부가 지분 100% 가진 산업은행의 손실은 세금으로 메워야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호남기업(호반건설)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정말 대우건설을 헐값에 팔았을까.

 

▲ [그래픽= 유상연 기자]


◇ 3조1785억에 인수.."금호그룹 구조조정 차원서 매입"

2009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며 재계 8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뒤탈이 났다. 그룹은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로 쪼개지고, 대우건설 등 알짜 계열사를 되팔아야 했다.

전영삼 산은 부행장은 "대우건설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였다"며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말 산업은행은 자체 조성한 사모투자펀드(케이디비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37.16%를 2조1785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2주 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추가 수혈했다. 총 3조1785억원 가량이 투입된 것이다.

산업은행의 기대와 달리 대우건설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2010년말 1만2000원대 였던 주가는 최근 6000원대로 반토막 났다. 산업은행은 2007년 3만원이 넘던 대우건설 주가를 기대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2016년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가 의견거절 되면서 주가는 바닥을 쳤다. 당시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시작했던 산업은행은 의견거절 후폭풍으로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전 부행장의 "주식, 어떻게 기다리겠습니까"는 말처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리다 지쳐갔다.

 


◇ 두차례 손실 인식.."매각 후 추가손실 없어"

산업은행이 2010년 3조1785억원에 인수한 대우건설은 매년 회계장부상 가치가 떨어졌다. 산업은행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케이디비밸류제6호에 대한 손상차손을 2013년 8606억원, 2016년 7083억원을 각각 인식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탓에 총 1조5689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대우건설 손실 탓에 산업은행은 2013년 1조44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6년에는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손실이 겹치면서 당기순손실은 3조6411억원까지 늘었다. 2016년 기준 케이디비밸류제6호 장부가치는 1조584억원. 3조원 넘게 주고 산 대우건설 가치가 3분의 1로 감소한 셈이다.

산업은행이 미리 대우건설 부실을 털어내면서 이번 매각으로 산업은행이 입을 추가 손실은 없다. 전 부행장은 "매년 자회사 가치를 평가해 장부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은 손실로 손상처리했다"며 "이번 매각이 최종 완료돼도 추가로 손실을 인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헐값이 아닌 시세에 판다"

산업은행이 본전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은 2016년이다.

이종철 산업은행 PE(사모펀드) 실장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손실을 인식하면서 비금융 자회사는 조속히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매각 조건을 취득가 이상으로 하면 역효과가 있으니 장부가를 굳이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가격(주가)을 기준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했고, 정부와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M&A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전영삼 부행장은 "지난해 세계 188개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태핑(사전수요조사)을 했는데 의외로 건설사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며 "현재 중국 건설사가 해외로 많이 진출하면서 한국 회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주가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행장은 "지금 대우건설 주가를 감안하면 매각대금에 30% 정도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또 있다.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케이디비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이 펀드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부담이다. 전 부행장은 "이 펀드의 만기가 2019년 7월 돌아오고, 법적 최종 만기는 2024년까지"라며 "만기에 쫓기면서 주가(오르기를) 기다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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