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회장으로서 넓은 시각으로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M&A를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하겠다"
올해초 김상열 회장이 내놓은 신년사의 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곧 현실이 됐다.
호반건설이 국내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은 양해각서 체결, 정밀실사 등의 절차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 2018년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상열 회장 모습.(자료=호반건설) |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를 존경한다는 그는 광주지역에서 시작해 외환위기 당시 급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이 떨어진 토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었다. 광주에서 전국 주요 지역으로 사업도 확장했다.
2001년에는 같은 지역 건설사인 남광건설과 함께 경기도 여주 북내면에 위치한 '대영루미나 컨트리 클럽'을 사들여 스카이밸리로 재개장했다. 이후 본사를 서울 강남 역삼동으로 이전하고 아파트 브랜드 '호반 베르디움'을 론칭, 본격적으로 수도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용인 구성지구 호반 베르디움을 시작으로 흥덕지구, 인천 청라, 청주 강서 등 택지지구를 매입해 자체사업을 하는 방식에 주력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이른바 '90% 룰'을 지키며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누적 분양율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리스크를 낮춰왔다.
보수적 경영 원칙에도 토지매입 등 확장에 대한 김 회장의 감각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가 대표적이다. 2007년 분양시장 경기가 꺾이면서 당시 대주건설 등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이 청라지구에서 내놓은 땅을 사들였다.
당시 청라지구에서만 따낸 사업이 4개 블록, 4500여가구다. 수원 호매실, 오산 세교지구, 광명역세권, 시흥 배곧신도시, 의정부 민락지구 등에서도 호반 브랜드를 선보였다.
김 회장은 서울로 눈을 돌렸지만 확장은 쉽지 않았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로 무장한 대형 건설사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건축, 재개발 등 대규모 사업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때문에 '푸르지오'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사업에 나서고 있는 대우건설 인수는 그동안 '전국구'를 꿈꿔온 김 회장에게 더할 나위없는 기회인 셈이다.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김상열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올 여름쯤이면 그의 꿈을 이루게 된다. 자본금 1억원, 직원 5명의 지방 건설사에서 출발해 꾸준하게 몸집을 키워온지 30여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