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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3색' 중견건설사 반란이냐 생존 몸부림이냐

  • 2020.01.29(수) 17:19

중흥건설 대우건설에 눈길…"재계서열 20위권 진입" 선포
호반건설 '신반포15차' 강남 입성 재도전 가능성…전국구 도약
반도건설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인지도 확대·다각화 등 포석

중견 건설사의 반란인가. 생존을 위한 사투인가.

최근들어 중견건설사들의 잇단 '눈에 띄는'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건설과 중흥건설 호반건설 얘기다.

이들은 건설사 순위(시공능력평가) 톱10은 물론이고 재계에서도 상위권에 자리잡으면서 중견 이상의 위용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데 이어 탄탄한 자금동원력을 기반으로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갈증과 생존전략을 찾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이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푸느냐의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흥 재계 20위권 진입 시동…대우건설 잠재 인수 후보로

중흥건설이 잇따라 관심을 받은 데는 지난해 언론사인 헤럴드를 인수한 이후 최근 또다시 대우건설 잠재 인수후보로 떠오르면서다. 대우건설은 재계 36위, 시공능력평가순위 5위의 대형 건설사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최근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서열 20위 안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M&A 대상 기업으로 "제조업 분야는 잘 모르고 경영 노하우도 없다"면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고 해외는 물론 국내 사업도 가능한 대기업"이라고 꼽았다. 이 때문에 시장과 관련업계에선 대우건설을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현재 주택경기가 좋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면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고민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하겠다는 것이지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실탄 4조원 가량을 차질없이 조달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M&A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앞서 비슷한 이유로 호반건설도 2018년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두곳 모두 광주를 기반으로 자체 주택개발 사업으로 성장해 온 곳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공공택지 물량이 줄어들고 브랜드 인지도 면에선 대형건설사들과 견주기 어려워 서울 등 핵심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푸르지오' '써밋' 브랜드를 가진 대우건설 인수로 강남 등 서울에 진입하고 해외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호반건설 강남 재도전?…전국구 도약

그런 면에서 최근 호반건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호반건설이 신반포 15차 재건축조합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면서 2017년 6월 이후 2년반만에 강남권 수주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꾸준히 강남입성을 노려왔다. 2016년 방배경남(GS건설)과 신반포 7차(대림), 2017년 방배14구역(롯데) 등의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 입찰에 들어가려고 하자 해당 조합에서 되레 막았던 뼈아픈 일화도 있다. 호반건설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강남 정비사업의 높은 벽을 체감했다"고도 전했다. 지방건설사, 중견건설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고 브랜드 인지도 또한 대형사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반포 15차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6곳 중에서 유일한 중견건설사라는 점에서 더욱 튈 수밖에 없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에 올랐다. 대형건설사와 나란히 어깨를 견주는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SK건설(11위), 한화건설(12위)보다 높은 순위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후 '호반 써밋' 브랜드로 리뉴얼도 했다. 실제 입찰 참여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전국구' 도약에 다시한번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반도건설 새 투자처 한진칼?…주요주주로 실리 모색 가능성

반도건설 역시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로 대형건설사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엔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8.38%까지 확대한데 이어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한진 총수 일가, 사모펀드 KCGI등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곳으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진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반도건설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권홍사 회장과 한진가의 친분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반도건설이 정확히 어떤 의도로 지분을 매입했는지, 누구와 손잡을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추정만 난무할뿐이다.

다만 반도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공공택지를 한곳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곧 2~3년 후 먹거리가 고갈될 수 있다는 점인 동시에 현재 쌓아 놓은 현금에 대한 투자처가 절실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반도그룹 입장에선 1차적으로 투자처로 활용하는 동시에 향후 주요주주로서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통해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카드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반도건설의 인지도나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은 '덤'이기도 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건설업이 기본적으로 경기를 타는 산업이어서 사업다각화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면서 "결국 먹고 살 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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