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빰 때린 격 아닌가요?"
호반건설이 속전속결로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것을 두고 건설업계 관계자가 한 얘기입니다.
실제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중단을 발표하면서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과 노동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도 토로합니다. 이런 와중에 3000억원의 대우건설 해외손실은 인수중단을 결정하는데 결정타가 된 것인데요. (관련기사☞호반건설 백기…대우건설 '다시 안갯속으로')
문제는 이런 해외사업장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주택사업만 했던 호반건설 입장에선 막상 3000억원이란 폭탄을 떠안고 "감당할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할 정도로 두려움이 컸을 겁니다. 그런면에선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어떤가요. 그동안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해외사업의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이 인수하면 해외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왔고요. 건설업계에서도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의 건설사가 3위의 대우건설을 여러 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헐값매각 시비에 호남 봐주기, 특혜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만을 놓고 보면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포기가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를 가져다 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우건설은 오너 기업이 아닌 산은 체제에서 좀더 안락(?)한 생활을 하고, 호반건설은 홍보효과(?)에 만족하고, 산업은행은 정치권과 시장에서 특혜시비, 헐값매각 논란을 벗을 수 있으니까요.
◇ 재매각 언감생심…혹독한 구조조정 예상
하지만 정작 웃을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어 보입니다. 당장 대우건설은 혹독한 구조조정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릅니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인수중단 발표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내부 직원들간에도 온도차가 크기는 합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우건설의 다른 해외사업장은 괜찮은 것이냐는 의구심이 시장과 업계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대우건설 주가도 전날 종가(5680원)보다 무려 8.8%나 빠진 5180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언감생심 한동안 재매각은 꿈도 못꿉니다. '상했다고 먹기도 전에 버린 물건'에 관심을 가질 리 없으니까요. 산은 입장에선 해외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실사와 해외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합니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예상되고요. 시장에서 우려할 만한 요소를 제거해야 매력적인 물건으로 재탄생할 테니까요.
◇ 또 진정성 의심받는 호반건설
호반건설도 단숨에 3위 건설사로 발돋움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을 매각할 때도 본입찰에 참여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도 진정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호반은 또다시 대형 M&A에서 포기선언을 했습니다.
건설업계에서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해외사업에서의 돌발변수나 우발 손실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란 겁니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수익도 큰 사업이라는 것인데요. 이를 모르고 뛰어들었냐는 것이죠.
한편으론 3000억원이란 부실을 선반영해서 장부상에서 털어내면 인수자 입장에선 오히려 부담을 덜고 가격을 깎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것입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2016년에 빅배스(일시에 부실을 털어냄)를 단행하지 않았느냐"면서 "또다시 3000억원이란 손실이 나오면서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IB(투자은행)업계나 건설업계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향후 산업은행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형 M&A에 참여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 산은, 우협 선정 무리수 도마위
산업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우건설 측은 "1월초에 모로코 사업장에서 손실 가능성을 인지했고, 이를 산은 측에 보고했다"고 합니다. 다만 당시엔 손실 규모는 나오지 않았던 상태였고 2월초가 돼서야 정확한 손실금액이 파악이 됐다는 건데요.
정확한 금액이 파악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M&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에 대해 우선협상자 발표 시점인 1월31일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무리하게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에 무려 3조2000억원이나 투입했습니다. 혈세나 다름없습니다. 관리 책임 역시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