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주인공은 호반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3위(2017년 기준)다. 반면 호반건설은 그보다 10계단 아래인 13위에 불과하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31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지난 19일 열린 본입찰에서 호반건설만 입찰제안서를 냈고, 산업은행이 한 차례 우선협상자 발표를 연기하는 숙의 끝에 호반건설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를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 10.75%는 2년 뒤 추가로 사들이는 풋옵션 방식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된다.
전남 광주를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은 ‘호반베르디움’이라는 주택 브랜드를 앞세운 대표적인 중견 건설사다. 알짜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수익성 위주의 주택사업을 펼쳐 현금부자 기업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을 매각할 때도 본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동향 기업인 호반건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서로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업계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호반건설은 방송과 레저 사업 등으로 발을 넓히며 지속적으로 사세를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보다 몸집이 10배나 큰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정점을 찍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피인수 기업의 몸집이 인수 기업보다 너무 큰 까닭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시평 순위 뿐 아니라 자산과 매출액에서도 호반건설을 압도한다. 2016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대우건설 매출액은 11조1059억원으로 호반건설(1조2520억원)보다 9배 가량 많고, 자산 규모도 대우건설은 9조9702억원인데 반해 호반건설은 1조7944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그동안 주택사업에만 주력해왔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이 영위하는 토목과 플랜트 등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어 해당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외 플랜트의 경우, 과거 대형 건설사들 실적 부진의 원흉이었던 만큼 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 노조는 이같은 이유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하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큰 틀에서는 대우건설을 건드리지 않고 관리형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매스를 댈 수도 있어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새 주인을 맞아 경영환경이 안정되고,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앞세워 주택사업에서의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서울 주요지역 주택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우건설과 함께 재건축사업 수주 등을 노릴 수도 있다”며 “그외 다양한 건축 사업에서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