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방향은 잡아야 한다. PB(Private Banking)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시장,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편집자]
그가 건넨 명함에는 '전인봉 신한은행 신한 PWM Privilege 서울센터/PB팀장/부지점장'이라 쓰여 있었다. 명함을 받고도 그가 하는 일이 이해되지 않아 설명을 부탁했다.
"신한은행은 전국에 27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개인자산관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5곳은 예금 3억~50억원 고객을 관리하는 PWM이고, 강남과 여기(상공회의소 9층) 두곳에 PWM Privilege(특전)를 운영중이다. PWM Privilege는 개인 예금이 30억~50억원 이상인 고객만 거래할 수 있다."
'자산기준이 아닌 예금 기준이냐'고 묻자 그는 "저희쪽 통장에 맡기는 현금이 최소 30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며 "보통 자산 절반은 부동산이고, 금융자산 비중은 10~2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에 30억원이 있으면 전체 자산은 300억원쯤 된다는 얘기다.
"인터뷰가 아니면 평생 올 수 없는 곳"이라고 얘기하자 "저도 직원 아니었으면 못올 곳"이라고 웃으며 되받았다.
▲ 전인봉 팀장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씨티은행에 입사했다. 씨티은행 압구정점에서 PB 업무를 맡았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주립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2007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채권 등 대안투자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2014년부터 고액자산가 자산을 관리하는 PWM Privilege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 = 안준형 기자] |
- 돈은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 자산가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어떤가
▲ 욕심은 있는 편이다. 항상 자기보다 (돈) 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다. 그런데 금전적 관념에서 저 같은 중산층보다 더 아끼는 것 같다. 계획적이고 절제된 소비를 한다. 직장이나 전문직이 은행에 50억원 이상 맡기기 어렵다. 제 손님의 대부분은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이들은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검소한 생활을 한다.
- 저와 같은 월급쟁이는 은행창구직원 추천으로 계획에 없던 펀드 사고 소문 따라서 주식 사는 경우가 많다. 부자들의 투자스타일은 어떤가
▲ 투자 스타일은 다양하다. 그런데 그냥 주변의 투자정보만 듣고 투자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 현직에서 사업을 하는 고객은 본인이 느끼는 실물경기를 더 중요하게 본다. 제가 '숫자상으로 너무 빠진 시장이니 한번 투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 따라오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숫자만 보면 그렇지만 실물경기는 내가 더 잘 느끼는 것 같다'며 거절한다. 그 전망이 꽤 맞아떨어진다. 제가 본점에서 오랫동안 채권과 대안투자 관련 사모펀드를 담당해 숫자를 주로 보는 편이었는데 여기 와서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꼭 숫자로만 시장을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 '실물경기에 대한 느낌'이라하면 '촉'을 말하는 건가
▲ 맞다. 숫자 뒤에 가려져있는 실질적인 움직임에 대해 본인 확신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 본인의 실물경기 체감에 솔직히 이야기하는 분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반대로 제 의견에 동의하고 따라오는 분들은 목표 수익률을 낮고 안정적으로 가져간다.
- 그들은 어느정도 수익률을 원하나
▲ 저 같은 월급쟁이는 주식이나 펀드에 한 방을 기대한다. 하지만 사업가들은 금융자산에 대해 '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포트폴리오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편이다. 제 고객중에는 주식형 펀드나 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분은 몇 안된다. 보통 채권이나 자산배분 펀드 등 저위험이나 중위험으로 구성된다. 제한된 위험 안에서 예금의 1.5~2배 정도 수익률을 원하니 굳이 주식형 상품을 섞을 필요가 없다.
- 운용방식이 보수적일 수 밖에 없겠다
▲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찾아줘야 한다. 보수적으로 할거라면 예금 넣으면 된다. 어떤 분들은 "왜 나한테 핫한 정보를 소개 안했어"라고 하기도 한다. 정보도 빨라야한다. 손님이 100~200명 되는 곳은 맞춤형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린 직원 한명당 30~40명 정도의 고객을 관리하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 요즘 무엇이 핫 한가
▲ 요즘은 해외 부동산펀드, 국내외 비상장 주식 등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홍콩에 상장한 샤오미도 비상장주식일 때 관심을 많이 가졌다. 추세가 살짝 내려가긴 했지만 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인 메자닌 펀드도 인기다. 예전엔 예금이나 펀드, 채권 등 전통자산 위주로 투자했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겪으면서 주식형펀드 위험을 인지하게 됐다. 그래서 시장에 영향을 덜 받는 대체투자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 요즘은 개인뿐아니라 법인고객도 관리한다고 들었다
▲ 최근 재단이나 법인, 기관 손님이 늘고 있다. 예전엔 법인은 금융자산을 철저히 예금이나 우량 채권 위주로 운용했다. 하지만 이자가 낮아지면서 정기예금만으로 운용하기는 불가능해졌다. 법인이 예전과 같이 운용해선 수익을 내진 못한다. 예전에 예금으로만 운영하던 법인이 이제 리스크를 조금 둔다. 대형법인이나 기관은 자산운용팀이 따로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부자고객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저희 방식과 법인이나 기관의 니즈가 접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럴 때 어떤 조언을 하나
▲ 미·중 무역분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여지가 있다. 중간에 낀 한국, 베트남 등은 부침을 겪을 것이다. 한국처럼 기초체력이 있으면 잘 버티겠지만 아르헨티나, 터키처럼 펀더멘탈이 취약한 나라는 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기초체력이 약한 나라에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투자 기회가 아니다. 조심할 때다. 이머징 주식펀드보다는 선진국펀드를 권한다. 선진국 중에선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추천한다. 무역분쟁 등 환경에서 예전보다 보수적·선별적으로 분할 매수해야 한다.
-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변동성도 커진다
▲ 국내는 최저임금이 자리잡지 못하고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눈높이까지 오르지 못했다. 국내 경기 모멘텀이 단기적으론 보이지 않는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거나 경기가 너무 좋거나 두가지다. 하지만 한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이유는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 금리와 너무 떨어지게 할 수 없다. 올 하반기 한번 정도 기준금리가 오르고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면 미국처럼 금리를 탁탁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가계대출이 많아 금리를 함부로 올릴 수 없다. 이자 부담 등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반적으로 국내경제는 지지부진하고 답답한 형국이다. 비관적이진 않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년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 고객 자산을 관리할 때 지키는 선은 있나
▲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과거 은행에 예금하러 왔던 할머니가 차이나펀드에 가입하는 일도 있지 않았나. 증권사나 은행 등 직원의 투자성향이 고객에게 반영돼선 절대 안된다. 내가 좋아한다고 손님도 좋을 거야 생각해선 안된다. 자기가 좋은 것은 장점만 설명한다. 그것을 경계해야한다. 손님 투자성향부터 파악하고 그 내에서 추천해야 한다. 그 선만 지키면 하루 시장이 빠졌다고 걱정할 것 없다. 어차피 공격적인 투자성향의 고객은 하루 정도 장이 빠져도 걱정하지 않는다. 위를 보는 투자보다 아래를 지키는 투자가 중요하다.
- 마지막 질문이다. 돈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없으면 안되지만 좀 더 많아지길 바라는 것. 그런데 많아질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수익률 10% 목표로 출발했는데 50%, 100% 되면 끊지 못한다. 결국 다시 본전으로 돌아오거나 밑으로 빠지게 된다. 벌 때나 쓸 때나 초심을 중간중간 체크해야 한다. 돈이나 투자에 너무 감성적으로 빠져들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