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방향은 잡아야 한다. PB(Private Banking)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시장,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편집자]
민혜정 우리은행 서강대지점 PB팀장은 재테크 목적지가 '수익성'이 아닌 '유동성'이라고 했다. "재테크 목적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데 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니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떠올랐다. '개인도 유동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그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그가 목표하는 이상적인 수익률은 정기예금 이자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다. "재테크 수익률이 연간 두자리는 말이 안된다. 안정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도 실현 가능한 수익률은 4~5% 정도다."
그의 말대로 투자방향을 틀고나면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재테크에 대한 강박은 벗어날 수 있을 듯 했다. "4% 수익률로 어떻게 부자가 되겠냐. 재무관리는 말 그대로 관리다. 가장 좋은 재테크는 본업에 충실 하는 것이다."
▲ 민혜정 우리은행 서강대지점 PB팀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새해다. 연초 분위기는
▲ 대기자금이 많다. 기본적으로 은행 고객 특성상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하고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는데 기회를 잡지 못한 고객중에 조정이 오면 들어가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대기자금은 정기예금보다 단기이체상품인 채권형펀드를 추천한다. 정기예금은 기간이 있다. 그런데 투자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단기이체상품은 언제라도 쓸 수 있고 1년짜리 정기예금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또 눈여겨봐야할 상품은 금과 원유다. 달러 투자도 추천한다. 미국과 한국 금리 차이로 정기예금 이자도 높고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최대 8.8%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금과 원유는 어떻게 투자하나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수 있다. 골드바를 직접 사면 부가가치세가 10% 붙는다. 펀드로 금에 투자하면 그만큼 세금을 아낄수 있다. 간혹 골드바를 사서 누군가에게 마음대로 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분도 있다. 골드바를 받은 사람이 나중에 생각지도 못한 증여세를 내야한다. 골드바는 절세수단이 아니다. 50달러 선을 왔다갔다하는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저평가됐다. 작년 7~8월엔 70달러 정도였다. 참고 기다릴 수 있다면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의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 저평가 기준은
▲ 주가가 100원이라도 당장 부도 날거 같다면 비싼거다.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상황과 경기 사이클, 수급에 따라 가격이 떨어진 것이 저평가다. 어떤 시장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지 않는다. 변동성에서 누군가가 돈을 벌었다고 하는 시점은 오히려 상투일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핫'하다고 하면 한번쯤 물음표를 붙여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요즘 아닌 것 같다'고 할 때가 좋은 기회다. 최근 많이 떨어진 주식형펀드도 분할매수로 들어가기 좋은 때다. 안타까운 것은 뭐든지 정점에서 시장은 달궈지더라.
- 투자 소신은
▲ 포트폴리오 투자가 중요하다.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때 단일종목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분들이 많다. 한번 투자에 성공했다고 전체 자산관리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고객들 얘기를 들어봐도 한번에 고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꾸준한 수익을 원한다. 자산관리나 재테크 목적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데 있다. 저금리 시대에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지 않고 정기예금이나 적금에만 묶어두면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재무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시장상황에 따라 조정하고 수익이 난 자산은 이익실현하고 위험자산은 분할 투자해야 한다.
- 개인투자에도 유동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 시가 상품에 투자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두가지다. 돈이 필요한 사정이 생겨 중간에 돈을 빼거나 마음을 조절 못해서다.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은 개인적 인내심으로 극복 가능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히 돈을 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개인도 유동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 기업들도 흑자 도산하지 않나
▲ 맞다. 개인도 유동성이 문제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주택구입을 준비하고 있고 1억원 정도 현금을 투자하려는 고객이 있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주나
▲ 우선 6000만~7000만원은 단기채권펀드에 넣는다. 언제든 필요할때 원금손실 없이 2% 정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3000만~4000만원은 달러 ELS에 투자한다. 이렇게 하면 연간 4~5%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재테크 목표 수익률을 연간 두자리로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안정적이거나 공격적인 투자를 합쳤을때 실현 가능한 수익률은 4~5% 정도다. 마흔살 전이라면 연금상품도 꼭 넣어야 한다. 20대에게 은퇴는 남의 이야기지만 40대 고객들은 젊었을 때 연금을 넣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한다.
- 대학가 지점이다. 고객 특징은
▲ 교수가 많고 건물주와 자영업자가 주요 고객이다. 교수를 보면 가장 좋은 재테크는 본업에 충실해 몸값을 올리는 거다. 교수들은 재테크를 굳이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2% 짜리 정기예금을 넣으면 이자소득세를 뺀 1년 이자가 10만9980원이다. 재테크로 돈 모으긴 쉽지 않다. 재테크 4% 수익률 갖고 어떻게 부자 되겠냐. 재무관리는 말 그대로 관리다.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 최근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
▲ 경기가 어떻게 될지, 어떤 상품이 좋을지 등이다. 지금은 안정적인 자산을 가져가면서 투자 타이밍을 찾는 시기다. 위기 뒤에 항상 기회가 온다. 자영업자 경기가 안좋지만 기업들의 이익이 작년까지 뒷받침됐다. 하지만 작년 4분기부터 반도체 등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올해말쯤에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 적기가 올 수 있다.
- 올해 연말에 위기가 올수 있다는 얘기인가
▲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가 오지 않더라도 안전자산에 투자하면 걱정이 없다. 투자의 법칙이 있지 않나. 원금을 잃지 않는다. 그 원칙을 절대 잃지 않는다.
- PB는 언제부터했나
▲ 2014년부터다. 그 이전엔 본사 투자금융부에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했고 방카슈랑스 론칭땐 태스크포스팀에도 참여했다. 투자금융부에도 있다보니 상품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 본사 근무 경험이 PB 생활에 도움될거 같다
▲ 작년에 부동산펀드가 유행했다. PF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면 어떤 안전장치를 봐야하고 왜 위험한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이 나갈 것 같지 않은 PF펀드에는 투자하면 안된다. 상품을 판매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그들만의 시각으로 펀드를 판다.
- 부동산펀드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 대부분 부동산 펀드는 3~5년 뒤에 매각이 돼야한다. 만약 매각이 안됐을 경우 내 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 부동산펀드엔 안정장치가 거의 없지만 통상 은행에선 PF대출이 나갈때 시공사나 대주주가 인수하는 조건이 붙는다. 홍콩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이 펀드 이자를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부동산은 실물이니까 안전하다 생각하지만 오히려 실물이라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투자한 부동산의 임차인이 누구인지,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임대료를 낼 수 있는지, 임대료로 배당수익을 줄 수 있는지, 해외부동산일 경우 환헷지가 되는지 등을 확인해야한다.
▲민혜정 팀장은 5년차 PB다. 1997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본사에서 방카슈랑스, 부동산PF, 홍보 등 업무를 맡다가 2014년부터 PB를 시작했다. 늦깎이 PB지만 본사 근무 경험 덕분에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는 높다고 자신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고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 등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은퇴나 노후 관련 교육에 관심이 많다"며 "나중에 생활경제 상담이나 교육 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자격증도 있다. 그는 "사회초년생들이 부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만들고 직장인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필수품으로 여긴다"며 "은퇴이후 삶이 더 길 수 도 있다. 전제적인 인생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