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부자노트]"끝까지 미운 펀드도, 예쁜 펀드도 없다"

  • 2019.03.12(화) 17:25

정연우 하나은행 PB부장 인터뷰
"투자기회 엿보다 기회만 엿본다"
"ELS·브라질국채·공모주펀드 추천"

부자들은 어떤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릴까. 그들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들은 어떤 투자철학을 갖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지만 그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볼 기회는 적다. 그래서 우회해보기로 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금융, 부동산, 세금 전문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우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투자와 자산관리, 재무설계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고, 덤으로 자산가들에 대해 살짝 귀동냥을 해보기로 했다.[편집자]

올해 들어 '실탄을 비축하며 투자기회를 엿볼 때'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반박하기 힘든 조언이지만 정연우 KEB하나은행 방배금융센터 PB(부장)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기회만 보다가 결국 못들어가고 정말 기회만 엿보게 된다"고 말했다.

기회를 보고 행동할때 원칙은 분산투자다. 시기를 분산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짜는 방식이다. 나올 땐 뒤를 돌아봐선 안된다. 목표한 수익·손실률에 이르면 단번에 털고 나와야 한다.

2300억원 넘는 고객자금을 운영하는 11년차 PB는 '천천히 들어가고 빠르게 나온다'는 원칙으로 시장과 싸워 겨우 이겨내고 있었다.

정연우 하나은행 PB/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올해 증시 전망이 밝지 않다. 전망과 투자전략은
▲ 전문가들 예측과 다르게 올해 자본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것을 보면 PB들이 중심잡기가 어느 해보다 어려워 보인다. 이럴때일수록 자산관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올해도 선진국 중심의 경기 확장성이 지속될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안전성에 한발을 딛고 목표는 작게 가져가야 한다.

- 올해는 여유자금을 모으고 투자기회를 엿보라는 얘기가 많다
▲ 투자기회를 엿보기는 정말 쉽지 않다. 기회만 보다가 결국 못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말 기회만 엿보게 된다. 날짜, 단가 등 기준으로 분산투자하는 방식이 좋다.

- 요즘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상품은
▲ 안전성을 추구하는 고객은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과 사모펀드를 권한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예금금리초과수익을 원하는 고객은 공모주펀드를 추천한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겐 베트남, 브라질 등 시장도 권하는데 이런 시장은 손절매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 1억원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 지수형 ELS 40%, 브라질국채 20%, 코스닥150인덱스 10% 등 수익성을 추구하는 상품 위주로 담고 나머지(30%)는 안정성 측면에서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펀드(공모주펀드)를 담겠다. 이렇게 수익성과 안전성을 7대 3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수익률은 5%대 정도 나온다.

- 브라질국채는 어떤 상품인가
▲ 우선 브라질국채는 비과세 상품이다. 만기가 2027년 등으로 길고 6개월마다 이자가 계산된다. 최근 이자율은 7%대다. 2011년 600원대가 넘었던 헤알화가 요즘은 290원대에 거래된다. 채권이니 부도리스크는 있다. 하지만 브라질 국가 부도가 나긴 쉽지 않다. 자산이 많은 고객이 일부 담기 좋은 상품이다. 어떤 고객은 이자를 다른 돈과 섞지 않게 따로 모아 또 투자하는 분도 있다.

- 코스닥150인덱스는
▲ 요즘 코스닥지수가 잘 안빠진다. 오늘(3월8일)도 코스피지수는 1.31% 떨어졌는데 코스닥은 0.12%만 빠졌다. 투자자들도 최근 코스닥주식을 많이 사들이고 올해 코스닥에 IPO도 많이 계획돼 있다.

-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은
▲ 고객들은 안전한 자산으로 4~5%대 수익을 원한다. 그런데 안전한 자산만 찾다가 머니마켓펀드(MMF)에만 넣고 1% 수익률만 받는 고객이 있는데 아깝다. PB가 고객돈을 그냥 두는 것은 업무태만이다. 2008년 PB를 처음 시작했을때 한 고객이 '통장에 돈이 있는데 몇달간 왜 아무것도 권하지 않느냐'는 질타가 아직도 생각난다.

- 리스크 관리는
▲ 주로 하방리스크에 대응한다. 주식형은 가입후 이익이나 손실이 5% 이상 넘으면 자산의 2분의 1이나 3분의 1을 환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처음 고객과 투자상담을 할때부터 기준을 정한다. 기준이 없으면 환매를 결정하기 어렵다. 개인적인 투자는 들어갈때엔 분할매수하고 나올땐 단번에 나온다. 돈 벌겠다고 정신을 너무 한곳에 쓰는 것이 싫어서다. 수익이 났는데 일부만 환매하면 나중에 떨어져도 속상하고 올라도 예전 판 것 때문에 속상하다. 주식 매도하고 나면 스마트폰 앱에서도 종목을 삭제한다.

- 요즘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
▲ 부동산이다. 소유한 집을 전세로 내놓을지 월세로 내놓을 지, 부동산을 매매하려는데 다른 고객들은 어느 동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 등을 묻는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없어지긴 했지만 강남권 부동산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무차별적 매수가 아닌 실수요적 입장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분들이 많다. 사전 증여 문의도 늘고 있다. 지금 팔 수 있으면 팔고 사고 싶으면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조언한다.

- 월급쟁이 투자방식은
▲ 대출금을 갚는 속도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만약 대출 1억원과 현금 1억원이 있으면 한번에 대출을 갚지 말고 월급으로 대출을 갚는 것이 낫다. 대출금을 서서히 갚다보면 어느새 그 대출금도 자기 돈이 된다.

- 부자들 투자 특성은
▲ 생활적인 모습을 보면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운동, 강의 등으로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그리고 경제에 관심이 많다. '어제 신문에서 봤는데'라며 묻는다. PB가 공부 안할 수 없다. 투자할땐 조급해 하지 않는다. 투자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펀드가 마이너스가 났다고 전화하는 분들은 투자하면 안된다. 건강 때문이라도 손절하는 게 맞다.

여유가 있는 고객들은 펀드가 빠지면 '언젠간 오르겠지'라며 기다려보자고 한다. 펀드를 보면 끝까지 미운 펀드도 없고 끝까지 예쁜 펀드도 없다. 그동안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 났다고 환매해서 다른 은행으로 떠난 고객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정연우 PB는 1994년 입행해 2008년 PB업무를 시작했다. PB 업무 첫해 사내 우수 PB상을 받았고 PB 10년차였던 지난해 우수 PB에 선정됐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투자원칙이 분명한 PB였다. 투자에 들어갈땐 분산하고 나올땐 한번에 털고 나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적금을 한푼도 넣지 않는다고 한다. 차라리 '저축성 보험'이 돈 모으는 재미가 더 있다고 권했다. 삼성SDS 주식을 상장되기 10년 전에 사서 상장 뒤에 팔았을 정도의 투자안목을 갖고 있다. 그는 "시장은 매일 변한다"며 "박수칠 때 떠나자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