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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노트]초고자산가 부동산 매각 니즈 '세가지 이유'

  • 2019.04.04(목) 17:12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인터뷰
"나이·정치경제 불확실성·세금 부담 느껴"
"그래도 빌딩 사랑 여전..땅은 선호 안해"

부자들은 어떤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릴까. 그들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들은 어떤 투자철학을 갖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지만 그들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볼 기회는 적다. 그래서 우회해보기로 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금융, 부동산, 세금 전문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자산가들에 대해 살짝 귀동냥을 해보기로 했다.[편집자]

최근 1~2년간 가장 핫했던 재테크 수단을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이다. 이런 경향은 아마도 부자들 사이에서 더욱 뚜렷했을 터. 그만큼 지난 몇년간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그 누구보다 바빴을 이가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사진)이다. 그를 만나자마자 요새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부자들의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요즘처럼 재테크 혹은 투자하기 어려운 시기도 없다. 이는 부자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니 그들은 어떤 투자 또는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했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부자는 5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이다. 안 부장은 "강남에 집한채 있어도 30억원인데, 부동산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본인이 사는 집을 포함해 최소 50억원 이상 되는 분"이라고 귀띔했다.

안 부장은 "아파트값이 오를 때는 아파트를 더 사야 하는지에 대해 상담했다면 지금은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시기가 아니여서 아파트보다는 여유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투자할지, 더 다변화되고 심층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명근 사진기자

그는 "과거와 달라진 점은 부동산을 매각해야겠다는 니즈를 표명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진짜 부동산이 많은 분들, 수십년간 부동산을 사기만 했고 팔지 않았던 분들이 이제는 팔아야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작년말부터 서서히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올해들어 더욱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안 부장은 부동산 매각 니즈를 갖고 있는 이유를 세가지로 꼽았다. 본인이 나이가 들어서, 그리고 경제불확실성 및 국내 정치적인 변화, 마지막으로 세금부담이다.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게 더는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안 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초고자산가에 해당한다. 자산 1000억원 이상을 가진 분들의 얘기다. 서울 오피스 건물 한채에 300억~400억원이라고 한다면 2채 이상을 가진 자산가들이다.

부자들의 '빌딩 사랑' 여전…지금은 현금
 

부자들의 빌딩 사랑은 여전하다고 한다. 여유자금을 가진 부자들은 부동산 쪽에 투자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서울의 땅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에 언제든 싼 매물을 찾고 있다는 것.

다만 "실질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조금 더 기회를 보고 자금을 준비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안 부장은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 시장이 나빠지면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를 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 대비해 자산을 현금화하기 쉬운 쪽으로 3개월, 6개월 단위의 금융상품으로 운용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땅은 예전만큼 관심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처럼 개발사업이 많지도 않고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돈이 묶일 수도 있다"면서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자들이 더 돌다리 두들겨 가며 투자"

일반적으로 부자들은 더 과감하게 판단하고 투자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감한 실행력이 부를 축적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겨우겨우 목돈을 마련하고 힘들게 마련한 만큼 투자할 땐 이것도 재고 저것도 잰다. 그러다 타이밍을 놓친다. 그러니 부자들은 그 반대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추측이지만) 실제로 과감한 투자로 성공한 부자 스토리도 많다.

안 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투자성향은 투자경험과 관계있다"면서 "투자경험이 있으면 좋은 땅, 좋은 물건, 좋은 가격을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에 빨리 결정하고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더 꼼꼼하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자들이 더 민감하고 보수적이고 신중하다"면서 "돌다리도 두들기듯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령 세금관련 이슈라면 본인 건물의 기장담당 세무사, 그리고 지인, 은행 세무사 등 크로스체크를 일일이 다하고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확인 또 확인을 하고 판단을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그는 "오랜 시간 관계가 쌓여서 충분히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전까지는 본인에 대해 노출하지 않는다"며 "가끔 나 이거 사려고 하는데 혹은 이거 팔려고 한다 등 아주 제한적인 정보만 던져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 최적의 솔루션을 내기도 어렵고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털어놓는다.

신흥 부자들은 어떤 사람?

보수적인 투자는 '신흥부자'도 예외가 아니다. 신흥부자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안 부장은 신흥부자를 두 부류로 나눴다. IT·BT 혹은 화장품업계 등 최근 몇년새 부각하는 업종이나 벤처·스타트업 등을 일구며 스톡옵션을 받거나 사업체를 매각하는 등으로 큰돈이 생겨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른바 '자수성가형'이다. 두번째는 증여나 상속을 받아 부자가 된 '금수저형'이다.

신흥부자인 만큼 70년대 이후 태어난, 주로 40대가 많다고 한다. 안 부장은 "이분들 역시 판단이 굉장히 빠를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투자에 엄두를 못내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경우는 그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때문에 더 보수적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망나니' 같은 3세(?) 캐릭터에 익숙해졌는지 이런 안부장의 얘기가 다소 생소하기는 하다.

안 부장은 "자수성가 유형은 대부분 바쁘기도 하고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아 고민하는 과정이 길고 신중하다"면서도 "젊은 만큼 투자 역시 감각적인 트렌드를 쫓는다"고도 귀띔했다.

"꼭 강남이어야 한다 식으로 특정지역만을 고수하지 않죠. 상권의 흐름을 타서 단기적으로 투자하고 파는 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부모한테 자산을 물려받은 경우엔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투자하기를 주저하고 확인된 것들만 실행에 옮기는 유형이라는 것이다.

직장인의 로망 '건물주'…공실 커져 임차관리 '골치'

언제부터인가 직장인들에게 로망이 된 '건물주'에 대한 얘기도 들어봤다.

"지금까지는 좋았죠. 임대료도 괜찮았고 자산가치도 올랐고요. 실제 성공담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실이 늘어나면서 임차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어요. 실제로 건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때문에 팔고 싶어할 정도예요."

안 부장은 "장기공실이 많아지면서 임대료 수입이 5000만원에서 3000만~4000만원으로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싼 임대료로 채우진 않는다"고 말했다.

가령 50억원짜리 건물에서 2000만원의 임대료(수익률 4%)가 나와야 하는데 공실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반값으로 내리면 결국 건물값이 25억원으로 내려가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실로 비우는 한이 있어도 싸게는 안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안 부장은 "이런 상황을 한번 경험한 부자들은 세금부담 정도만 감수하면 크게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아파트와 수익형부동산을 놓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내집마련, 재테크 발판"

보통의 흙수저 직장인들에 대한 조언도 부탁했다.

안 부장은 "지난 10년간 서울 집값은 매년 6.5%씩 올랐고, 서울의 매력도는 가장 높다"며 "젊은 분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지만 조정국면에 들어갔으니 타이밍을 고려해 목돈을 모으고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기대하는 묻어두기식 투자보다는 사용가치가 높은 곳을 공략하라고 추천했다. 그는 "단지내 시설이나 교육여건 등이 집값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곳들의 주택가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약은 굳이 시점을 볼 필요는 없다"면서 "서울에선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십수년간 극히 드물기 때문에 무주택자라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면 재테크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그릇, 이제 입지보다 콘텐츠(요리)"

오랫동안 부동산에 깊숙히 몸을 담가온 전문가로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도 궁금했다.

"부동산은 하나의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이 그릇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봅니다. 그릇이 싸구려라고 해도 맛있는 음식을 채우면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죠. 옛날에 우리가 배울땐 무조건 '입지'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계가 온 것 같습니다. 입지 좋은 것을 찾는 것도 제한적이고요. 지금은 시장통이든 골목길이든 맛집이면 어디든 찾아가잖아요. 입지가 안좋을 것을 콘텐츠가 커버합니다. 그 콘텐츠는 임차인이 만듭니다. 건물주도 임차인을 잘 활용하고 협업을 통해 임차인이 돋보이도록 해야 시너지가 나겠죠."

그의 오랜 경력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건물주는 물론이고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얘기인 듯 하다. 여전히 나와는 무관한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콘텐츠(자영업자·임차인)로 승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버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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