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험산업 감독혁신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보험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찾고 연말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 첫 회의를 열었다.
TF 위원들은 학계, 법조계, 언론인 등 외부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고 순천향대학교 김헌수 교수가 TF 위원장을 맡았다.
◇ 소비자 눈높이서 혁신방안 마련
금감원이 내건 이번 TF의 가장 큰 방향성은 '소비자'다. 소비자보호를 명목으로 규제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TF를 가동하는것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감독당국이나 보험업권의 시선에서 당연시하거나 관행적으로 넘겼던 문제들을 배제하기 위해 외부 위원들을 주축으로 꾸려 소비자 눈높이에서 문제를 재조명하고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 20일 회의 인사말을 통해 "보험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간 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보험업무 전반에 걸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불신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명확한 약관, 상품에 대한 부실한 안내, 불투명한 보험금 지급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소비자 시각에서 근본적인 원인과 개선점을 고찰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들에게도 "그간 감독당국과 보험업계 시각의 공급자 중심 패러다임이 아닌 소비자중심의 시각으로 혁신이 필요한 과제를 과감히 발굴해 달라"고 당부하며 "TF 구성을 외부위원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한발 물러서 TF 위원들이 혁신안 마련을 위해 실무적으로 필요한 현황파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방침이다.
다만 윤 원장이 보험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즉시연금 관련 집단민원'을 예로 언급해 보험업계에 이와 관련한 시그널을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당초 인사말에서 예정됐던 '보험상품의 손익구조를 투명하게 설명하고'라는 부분과 보험산업 신뢰회복에서 나아가 '보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국은 앞서 보험상품의 사업비 공개, 손익구조의 투명성 등을 요구했지만 업계의 반발과 더불어 상품의 복잡성으로 인해 현실화가 쉽지 않다. 보험은 금융권 내에서도 소비자와의 정보 비대칭성이 가장 큰 업권이다. 복잡한 상품의 손익구조를 소비자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소비자들 역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독당국이 소비자보호를 명목으로 설명의무를 늘리면서 펀드 등에 가입시 서명에만 2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등 오히려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었다.
한발 물러서기로 한만큼 소비자 관점에 무게를 둬 당국관점의 시선을 구체화 하지 않으려는 복안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소비자보호와 균형을 이뤄 늘 함께 언급됐던 '보험산업 발전'이 빠진 것도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의 개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 "일정 빠듯하고 현장 목소리 제대로 반영될 지 의문" 지적도
첫 회의에서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즉시연금, 암입원일당 미지급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킥오프 회의인 만큼 각 위원들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향후 주제선정과 어떤 방식으로 회의를 이어갈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개혁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소비자 눈높이에서 보는 보험산업의 혁신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부분에 논지가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엽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체질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자는 의견을 나눴다"며 "특히 소비자 접점이 큰 영업 부분에서 GA(법인보험대리점) 수수료 개선을 위한 언급들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종합적인 혁신안 마련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TF는 12월 20일까지 총 9번의 회의가 계획돼 있다. 방향성을 설정하고 인사를 나눈 킥오프를 제외하면 8번의 회의만 남은 셈이다.
추석 연휴와 10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고 중간에 업계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인터뷰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회의는 6~7회에 불과해 전반적이고 근원적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학계를 중심으로 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구체적이고 실현과 수용이 가능한 개선안이 나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현장자문단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2곳씩 총 4곳의 CEO가 담당한다. 12월 중 혁신안 초안이 작성되면 위원회가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