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포화된 시장,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정체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워치는 금융회사들의 해외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편집자]
▲ 김승록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사진 = 안준형 기자] |
[베트남 하노이=안준형 기자] 베트남은 우리은행의 해외 핵심거점중 한곳이다. 우리은행이 진출한 해외시장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신용카드와 기업간 폰뱅킹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에만 점포·사무소 6개를 오픈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베트남법인은 770억원을 증자했다. 인수합병(M&A)도 준비중이다.
기대만큼 성과에 대한 부담도 커지기 마련.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김승록 베트남우리은행 법인장은 '내실 있는 현지화'를 강조했다. 그는 "현지 고객수를 마구 늘려 '우리 몇개 했다' 내세우기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며 "디뎌보고 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현지화에 속도조절을 하는 이유는 베트남은 신용평가모델 등 '금융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김 법인장은 "진정한 베트남의 은행이 되기 위해선 현지인과 거래를 많이 해야 하지만 문제는 한국과 같은 신용평가모델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고객수는 현지인이 한국인보다 많지만 거래규모는 한국인이 현지인보다 더 크다. 현지인 대출도 직장 등이 검증 가능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내부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엔 본격적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든 뒤 본격적으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현지화를 위한 영업망을 구축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2016년 법인전환 승인에 이어 올해 6월 지점 5곳과 사무소 1곳에 대한 추가 개설을 허가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하이퐁시, 타이응우옌성, 빈즈엉에 점포를 오픈했고 연말까지 동나이성, 하남성 등에 지점 문을 열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가 많은 지역을 따라 점포를 내는 전략이다.
베트남은 'ATM 하나도 허가받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금융규제가 깐깐하다. 법인전환 이후 1년간 적자가 나지 않아야 신규 지점 설립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은 연이어 현지 당국의 높은 문턱을 넘은 셈이다.
김승록 법인장은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뒤 양국 사이가 좋아졌다"며 "우리가 잘했다기보다는 타이밍이 좋았고 파도를 잘 탔다"고 표현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아파트론과 자동차론, 카드 리볼빙 등 서비스를 출시했고 자동이체서비스를 개발중이다. 김 법인장은 "안면 장사가 아닌 좋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영업망 확대와 함께 M&A도 검토중이다. 그는 "현지 M&A를 준비하고 있다"며 "리테일 점포, 기업금융 등 어떤 시장에 집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와중이라 현재 투자여력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에 대한 사업전망을 어느 곳보다 밝게 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 것에 비해 금융기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핀테크 분야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모바일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현금보다 전자결제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며 "아직 핀테크가 초기단계라 규제도 별로 없다. 모바일뱅킹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안되는 서비스를 개발해 나중에 한국에도 규제가 없어지면 한국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기 힘들어 금융회사들이 고급 금융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지만 베트남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며 "PB(Private Banking) 등 사업 준비를 위해 전문가를 불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업데이트] 우리은행 해외진출 현황-"올해 네트워크 500개, 영업수익 5억달러"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기준 해외에 420개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 154개, 캄보디아 126개, 미얀마 37개, 필리핀 25개, 미국 24개, 중국 21개 등이다. 국내 금융사중 최대규모다.
올해 목표는 네트워크 500개, 영업수익 5억달러다. 연말까지 네트워크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아시아에서 7번째, 세계에서 26번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금융사에 오르게 된다.
우리은행은 향후 10년간 5~6%대 성장세가 예상되는 동남아시아에 영업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핵심 진출지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중국, 미국, 베트남, 인도 등 6대 전략점포에서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 모델도 구축하고 있다. 계열사인 우리카드와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서 동반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