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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 '불법 사금융 확대' 부작용

  • 2019.02.21(목) 18:19

대출 거절 늘고 사금융 유입 늘어
작년 1~9월 대부업체 대출신청 87% 거절
서민금융연 "최저금리 인하 너무 빠르고 폭이 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에만 45만명 이상의 차주들이 대부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간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반드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법정 최고금리는 기존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새로운 이용자에겐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금리 인하 여파는 금융권에서 다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대책마련이 함께 나와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하 부작용을 금융권에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 사람들 대부분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로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금리 내려갈수록 높아지는 대부업 문턱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근 '대부업 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동향 조사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2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0%로 인하된 뒤 대부업체와 사금융을 이용한 3859명의 차주와 293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법정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당시 연 66%수준이었다. 이후 2007년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연 49%로 내려갔으며 2011년에 39%로 더 낮췄다. 이후 2년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현재 24%다.

문제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대부업체들이 대출신청자를 돌려보내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거절 유경험자의 신청거절 시기는 2018년 54.9%, 2017년 31.7%, 2016년 16.0% 등으로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대출신청이 거부된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대부업체도 승인율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최고금리 인하 이후 월평균 신규대출(기존 고객 재대출 제외) 승인율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대부업체가 전체의 42.8%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업체 중 종업원이 100명을 넘고 대부잔액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업체의 84.7%가 승인율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승인율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업체 중 66.7%는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리스크관리를 위해 승인율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승인율 감소 이유는 저축은행 등으로부터의 자금조달 애로(27.2%), 경기침체 등 수익감소(25.4%), 향후 추가 최고금리 인하 시 소급적용 우려(16.7%) 등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9월 중 대부업체의 실제 평균 대출승인율은 13.1%에 불과했다. 대부업체 대출신청의 87%가 거절당한 셈이다.

◇ 대부업 밖 사람들, 고이자·불법추심 시달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제도금융권 밖에서 방법을 찾고 있었다.

설문 결과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신청이 거절된 이후 부모나 형제자매,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43.9%로 가장 많았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을 통한 차입이 21.7%로 뒤를 이었다. 이어 불법 사금융 이용한다는 경우가 14.9%였다. 아예 16.1%는 자금을 구하는 것을 포기했다.

불법 사금융 유입만 놓고 본다면 비율이 높지 않지만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받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는 사람의 수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우려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탈락한 대부이용자 중 연간 45만~65만명이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했으며, 이용규모는 약 5조7000억~7조2000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불법 사금융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설문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사람들 중 월 2부(연 24%) 이하로 법정 최고금리 한도 내에서 이자를 냈다는 이용자는 전체의 40.1%에 불과했다. 최대 월 4부(연 48%)의 이자를 냈다는 사람은 36.3%였으며 월 100부(연 1200%)를 초과하는 이자부담을 졌다는 사람도 1.9% 있었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차주들의 33.8%가 불법 전화나 가족 등에 대한 폭행·협박,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채무를 알리는 등 불법 채권추심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사금융을 이용하는 차주 절반 가량(55.6%)은 높은 이자를 감당하거나 친인척으로부터 돈을 빌려 상환(17.6%)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불법 사금융 피해를 신고한 경우는 10.2%에 불과했다. 햇살론 등 정책금융을 통해 해결(1.5%)하거나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한 경우(0.8%)는 매우 적었다.

◇ "최고금리 인하, 너무 빠르고 급격해 부작용"

서민금융연구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속도와 간격이 너무 급격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3년 최고 연 79.0%였던 최고금리를 26년에 걸쳐 4차례 인하해 2010년 연 20%로 줄였다. 반면 한국은 15년 동안 6차례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서민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채무자의 지출규모 축소와 같은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부모형제 의존과 고금리 사채시장 이동 등 부작용이 크다"며 "대부시장에서 내몰린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고 이는 고금리나 불법채권추심 등 사금융의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후 부모·형제자매 등의 도움을 받거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는 지속적이기 어렵고 심화될 경우 가족 붕괴의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포용 측면에서 이들의 신용경색 문제를 풀어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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