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이 흔들리면서 돈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업 1위 업체 '산와대부'가 지난 3월1일 이후 신규대출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벌써 119일째다.
회사 측은 내부 사정에 따른 대출 중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저금리 인하가 신규대출을 시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와대부뿐만 아니라 상당수 대부업체가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 업계 "급격한 대출금리 인하로 힘들다" 주장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부업 최고금리를 기존 27.9%에서 24%로 인하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24%인 최고금리를 다시 22.3%로 내리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부업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를 곧바로 받는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직접대출 금리는 연 23.69%다. 대부분 업체가 법정 최고금리에 맞춰 대출을 진행한다.
대부업 최고금리는 2002년 10월 제정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 따른다. 당시에는 연 66%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7년 10월 연 49%, 2011년 6월 39%, 2016년 3월 27.9%로 하향됐다가 2018년 2월부터는 24%다.
문제는 최고금리가 급격하게 인하되면서 대부업의 주 고객층인 저신용자들(7~10등급)의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대부업체 거래자 중 7~10등급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의 비중은 85.7%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74.3%로 줄었다.
승인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14년 기준 24.5%였던 대부업 대출 승인율은 지난해 상반기 13.4%로 떨어졌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며 "불법 사금융 시장은 적발된 것만 드러날 뿐 전체 규모 등은 당국이 가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업은 제도권이 아니다 보니 조달금리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국이 최고금리를 내렸다"며 "금리 인하속도가 너무 빨라 산와대부같은 업계 1위 회사도 견디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 대출 수요는 많고 '불법사금융 기승'
실제로 불법 사금융을 찾는 사람은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2016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사람 중 46%는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아 불법업체를 찾았다고 답했다.
서민금융원이 지난해 진행한 대부업체 이용자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해 금융사를 찾은 20대의 50.4%가 대출을 거절당했다. 전년 26.9%보다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거절당한 사람의 8.8%가 불법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신고된 미등록대부업체의 수도 3000곳을 넘어섰다. 지난 3년 동안 2배가 넘게 늘어났다.
대출절벽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피싱과 같은 금융범죄도 기승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4440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전년 2431억원보다 82.7%나 늘었다. 하루에 12억원꼴이다. 전체 피해자 수는 4만8743명으로 매일 134명이 사기에 당한다. 1인당 900여만원을 날리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나 검찰, 지인 등을 사칭하는 형태의 피싱보다 금융사를 가장하고 대출을 해주겠노라고 접근하는 형태의 피싱이 크게 늘었다. 대출을 위해 거래 내역을 쌓아야 한다며 입금을 유도하는 형태다. 대출빙자형 피해는 2016년 1344억원, 2017년 1808억원, 2018년 3093억원 등으로 매년 크게 늘고있다.
한 사법당국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하지만 금융사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이 범죄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며 "여러가지 장치로 범죄를 막더라도 이들이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