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기가 끝나고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했는데요. 아르바이트비 지급이 밀려서 여행 경비를 내기 어려워졌습니다. 급하게 50만원 정도만 빌리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학교 근처 전당포를 방문하게 됐는데요.생각보다 내부도 깔끔하고 소액 대출이라 이자 부담이 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노트북을 맡기고 돈을 빌리긴 했는데…. 저, 괜찮을까요?
위 사연처럼 최근 전당포를 찾는 젊은이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영화 '아저씨'에서 표현한 대로 전당포라 하면 어둡고 음산한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변신을 거듭해 대학가나 강남 등 번화가에서 성업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금융이라 금리가 높고 미등록 업체도 많아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데요.
전당포 대출의 개념이나 금리 책정 방식, 유의 사항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가봤습니다!
◇ '요즘' 전당포 가보니
지난 15일 오후 강남구 강남캐피탈대부 전당포에 들어서자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밝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왔던 것 처럼 혹시 어깨 형님(?)들이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일반 금융사와 별 반 다를게 없었습니다.
수납·출납, 대출상담 등 4개의 창구마다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고요.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장식장엔 고가의 명품 가방 등이 진열돼 있고 접견실이나 대기 공간이 따로 있어서 조그마한 은행 점포이면서도 잡화를 파는 상점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이 전당포는 카카오톡 상담 서비스를 비롯해 SNS 홍보 등 비대면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젊은 고객층이 다수 유입됐다고 합니다.
특히 카카오톡 서비스는 전당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맡길 물품의 사진, 제품이력, 구매시기 등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면 감정가와 대출 가능금액을 알 수 있어 이용자가 많다고 해요.
임희주 강남캐피탈 전당포 부장은 "예전엔 전화 문의가 대부분이었는데 SNS가 발달하면서 실시간 문답이 가능한 카카오톡 문의가 활발히 들어온다"며 "아울러 소액 대출도 가능해서 젊은 층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대출액이나 계약 기간은 천차만별입니다.
영업점마다 다르지만 전당포는 최소 대출액이나 계약 기간이 유동적인 편인데요. 이 전당포에선 4~5년 된 휴대폰을 맡기고 5만원을 빌려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억원 이상의 명품 시계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가기도 했습니다.
대출 금액은 제품의 수요, 시장 상황 등에 따라서 시세의 50~90%까지 쳐줍니다.
◇ 이자는 법정 최고금리..100만원 빌리면 하루 이자 655원
대출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N사 DSLR 카메라를 담보로 대출 시행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직원에게 담보물을 건네면 중고가로 시세 조회를 해서 최대 대출 가능액을 알려주는데요. 제 카메라는 시세 150만원에 대출금액 75%가 인정돼 1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대출 의사를 확정하면 신분증을 내고 대부거래계약서를 작성합니다. 300만원 이하 담보 대출은 신용 조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생년월일도 앞자리 6자리만 기입하면 되고요. 대출을 실행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대부금융업인 만큼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월 1.97%)의 대출 금리를 적용합니다. 계약 다음날부터 이자가 쌓이고요. 계약기간은 기본 1년이지만 최소 하루도 가능하고 연장도 됩니다.
대물변제의 예약 확인서에도 서명을 해야 되는데요. 민법에 따라 채무불이행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당사자의 예약완결 의사 없이도 처분절차를 진행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3개월을 빌리기로 했는데요. 대출금리는 원금 100만원에 연 24%를 곱한 뒤 이를 366일(윤달 포함한 1년 일수)로 나누면 1일 금리로 655원이 나오고요. 한달이 30일이면 1만9672원, 31일이면 2만327원 정도입니다. 제가 5~7월 3개월간 빌리기로 했으니 총 6만326원의 이자를 내게 됩니다.
대출 금리를 듣다 보니 '이 정도 이자면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연 24%면 상당히 고금리거든요. 현재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대부분 2~6%대, 저축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대부분 20%를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메리트였습니다. 계약기간보다 일찍 돈을 갚아도 수수료가 붙지 않으니 급전이 필요할 때 등 상황에 따라선 유리할 수 있을듯 합니다. 가령 100만원을 빌려 일주일만에 갚는다면 4585원 정도만 이자로 내면 되니까요. 신용조회가 없으니 개인 정보, 소득 등 여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간편했습니다.
카메라는 제습지, 포장지 등으로 포장한 뒤 대출자가 서명을 하면 금고에 보관하고요. 감정 평가에서 계약서 작성, 대출 실행까지는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 등록·법정 금리 초과 등 꼼꼼히 따져 거래해야
직접 체험해보니 간편하고 빠르다는 점에선 만족스러웠는데요.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금융감독원 등록업체인데다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곳이라 비교적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지 않은 곳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금감원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시스템에서 전당포를 검색하면 전국에 총 806건이 나오는데요. 상호명에 '전당포'를 포함하지 않은 업체나 미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1400개 이상이 운영 중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부업법에 따라 여러 자치구에 영업소가 있거나 자산규모가 100억원을 초과하는 등 규모가 큰 업체는 금융당국에 등록해서 더 촘촘한 규제를 받고 있는데요. 반면 지자체 등록 업체는 문턱이 낮습니다. 개인은 1000만원, 법인은 5000만원이면 대부업체를 운영할 수 있죠.
그만큼 문을 열기가 쉽다는 뜻인데요. 지자체가 관리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이고요.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든 지자체든 어느 곳에도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는 전당포금융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어도 '불법사금융'에 속하는데요.
미등록업체는 여러모로 위험합니다. 불법으로 운영하는 만큼 법정 금리를 따르지 않거나 도산·잠적, 불법 추심의 가능성이 있거든요.
또 300만원 미만 대출일 경우 신용 조회를 하지 않아도 '이용 조회'는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대출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는데 이건 타 금융기관에도 공유가 됩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당포를 이용하기 전 충분히 알아보고 혹시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구제 신청을 할 것을 조언합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전당포에서 빌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담보 자산을 처분하게 되는데 이 때 물건의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인식하고 상환 계획 하에 돈을 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등록업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만약 법정 금리를 초과하는 대출금리 적용, 불법 추심 등을 당했을 경우 지자체, 감독기관, 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에 민원을 넣거나 신고하면 구제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