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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 피해 늘고 있다…해결책은?

  • 2019.11.13(수) 14:42

불법사금융 국회 토론회
이용자 3년만에 33만명→50만명.."생활·사업자금 용도 늘어"
"저신용자, 금융문턱 높아 불법 내몰려..대부업 활용 필요"

대구에서 왔습니다. 가까스로 취업했지만, 과다대출을 이유로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어 생활비가 필요한데 돈이 부족해 급한 마음에 불법사채시장을 찾게 됐습니다. 과도한 이자로 연체가 시작되자 업자들의 끔찍한 추심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김포에서 왔습니다. 저도 대출 이력이 많다는 이유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습니다. 생활비가 너무도 필요해서 불법사채업자의 돈을 빌리고 말았습니다. 연체가 시작되자 직장까지 찾아와 추심해서 결국 일도 나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13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대부금융협회 채무조정을 통해 불법사채시장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피해자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불법사채 피해자 수 3년만에 33만명 → 52만명

이들의 경험담은 단지 이들만 겪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불법사금융시장은 성장하는 중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덕배 국민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국내 불법사채시장 규모는 이용자 52만명, 이용총액은 약 6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2015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당시 불법사채시장은 이용자 33만명, 이용총액 10조원 수준으로 전체 금액은 줄고있지만 피해자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불법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이유가 다른 대출을 갚거나 유흥에 사용하려는 사례는 줄고 있고 가계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등 피치못 할 사정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연구 결과다.

▲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국회 토론회 현장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불법사채시장 이용자들은 평균 2791만원을 빌렸으며, 평균거래기간은 96일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연평균 이자율은 353%에 이른다. 현재 법정최고금리 24%의 7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불법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60%가 이들의 이자율이 불법임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경우였다. 합법적인 대출시장에서 저신용자라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되기 때문이었다.

◇ 대부업 문턱 높이니 물만난 불법사채

불법사채시장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저신용자들의 소득창출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을 위한 생계형 가계부채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저신용자들에 대한 자금공급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 주도로 공급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시행됐다. 가계부채 문제는 주로 3등급 중심의 문제인데 가장 큰 피해는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 입고 있다.

그나마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던 대부업체들도 최근에는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박 교수는 이미 대부업체들도 10등급 신용자들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까지는 이용자 100만명, 대출규모 7조원 수준을 유지하던 등록대부업계는 2018년 들어 이용자 80만명, 대출규모 5조원 수준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이 기간 대출 승인률도 18%에서 13%로 떨어졌다.

반면 불법사채시장은 물을 만났다. 박 교수는 불법사채업체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고 처벌도 약해 영업 억지력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에서 대부업법 위반으로 진행된 형사공판 1심에서 유기징역을 받은 비율은 4.4%, 2심은 4.2%에 불과했다.

◇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박 교수와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불법사채시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외사례를 참고하고 합법적인 등록대부업체를 통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본의 사례가 한국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고 제시됐다. 일본은 1991년 40% 수준이던 법정최고금리를 2000년 들어 29%까지 내렸다.

그 결과 대부업이 크게 쇠퇴해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여 기능이 위축되고 결국 상당수 중소 대부업체가 문을 닫았다.

저리대출이 가능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렇게 소외된 저소득층은 국수주의적 정치세력의 논리를 수용해 일본판 네오콘(Neoconservatives신보수주의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까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기간 일본에서는 불법사채시장이 기승을 부리면서 법정이자율의 288배에 달하는 연 8300% 수준의 사채시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 "불법사채-정식대부업 혼동 문제…등록대부업계와 협력해야"

우리가 일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토론 참석자들의 의견이다.

박 교수는 "보이스피싱 등은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이 눈에 띄지만 불법사금융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불법사금융의 신고와 피해구제를 위한 방법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대부업체들을 이용해 저신용 금융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해 여러가지 정책적인 자금공여를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교수는 현재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운영하는 불법사채 피해자 구제활동을 주목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총 264건의 채무조정과 초과이자 반환 활동을 펼쳤으며 이를 통해 7억2793만원을 구제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불법사채업자, 정식대부업자 모두를 대부업자로 지칭하면서 불법대부업자의 불법행위가 대부업자의 불법행위로 오인되는 상황"이라며 "대부업은 불법업체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금융이라는 점을 잘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신언명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도 "최근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너무 빠르고 강도높게 진행되면서 대부업체들이 대출업무를 기피하고 고유업무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며 "대부업체와 정부가 함께 힘을 합쳐 저신용자에 대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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