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핀테크 스타트업 '웰그램'이 보험상품 비교 플랫폼 개발에 나선 이유다.
이 플랫폼은 보험상품 공시 크롤링(웹상에서 분산·저장돼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을 통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에서 판매중인 모든 보험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보험상품 비교 플랫폼'이다.
보험상품이 워낙 다양한데다 회사마다 주계약과 특약이 다르고 담보별로 보험료도 다르게 매기고 있어 '내게 꼭 맞는 보험상품'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이같은 정보 불균형으로 소비자들은 '설계사 혹은 보험사에게 유리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불완전판매 민원과 분쟁은 끊이지 않고 이는 소비자들이 보험을 어렵게 생각하고 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 '내게 꼭 맞는 보험비교' 가능할까
그렇다면 보험상품은 비교가 불가능할까? 어렵긴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든 보장내역을 발라내고 보장별 동일한 보장금액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비교한다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을 개인 혹은 설계사가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년 이상 보험영업을 해온 한 보험전문가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 보험상담을 할 경우에만 특별한 수고(?)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인이 가입하려는 상품군의 상품공시 정보를 모두 검색해 회사마다 주계약과 특약을 조립하고 각각의 보장내용과 보험료를 확인, 추천할만한 보험상품을 추려낸다. 이 작업만 1~2주 걸린다.
웰그램이 개발하고 있는 보험상품 비교 플랫폼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플랫폼에는 보험비교가 가능한 '로보인슈어런스(가칭)'가 탑재되는데, 로보인슈어런스는 국내 판매중인 모든 상품의 보장공시 내용을 가져와 각 상품의 보장내역의 연령, 성별에 따른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고객이 상품군을 선택하면 보험료, 보장범위, 보장금액, 환급률, 회사의 신뢰성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최적의 보험상품을 비교해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개인 맞춤형'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단순히 보험료의 높고 낮은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장금액(범위)과 보험료 가운데 가중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보장금액과 보장범위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료가 조금 높더라도 보장을 크게 받고 싶은 사람의 경우 보장금액(범위)과 보험료 비중을 9대1로, 저렴한 보험료로 최소 보장을 받고 싶은 경우 1대9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박상준 웰그램 상무는 "보험료가 싸다고 좋은 상품은 아니다"며 "사람에 따라 보험료가 저렴한 것을 원할수도 있고 보장이 큰 것을 원할 수도 있는데 가중치를 둬 보장대비 보험료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스스로 보험상품 비교를 통해 맞춤양복 같은 내게 꼭 맞는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보험상품 완전비교로 보험 신뢰제고 목표"
현재 보험상품 비교 플랫폼이나 사이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담보별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는 보장 진단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객관적인 결과로 보기 어렵고 가입의사가 있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도 있다.
이길웅 웰그램 대표는 "오랫동안 보험업에 종사하면서 보험은 어렵고 믿지 못하겠다는 인식을 많이 들어왔다"며 "보험을 쉽고 제대로 가입할 수 있도록 어떻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지 10여년 전부터 고민해 왔고 실제 이러한 꿈(프로그램 개발)을 구현하기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결과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국내 판매중인 전체 보험상품 정보를 수집, 비교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며 "완전비교를 통해 소비자들의 보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결국 수수료 경쟁이 아닌 보험상품의 질을 가지고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웰그램은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27일 하나금융으로부터 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현재 대형 생명보험사와 최대 5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도 협의중이다.
웰그램은 오는 9월쯤 플랫폼을 론칭하고 향후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청약뿐 아니라 오프라인 보험상품을 온라인으로 청약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