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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고금리 수신상품]下 고객을 위해? 이유는 또 있다

  • 2019.07.25(목) 14:06

기준금리 하락 기조 속 밑지는 장사 왜?
은행 "저금리시대 고객 위해 특판"
이면에는 내년 예대율 규제 대비 '수신규모 확대'

[때 아닌 고금리 수신상품]上 기준금리 인하와 거꾸로 간다?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금융사들은 왜 고금리 수신상품을 판매하고 있을까.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내년 도입될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 밑지는 장사…"고객을 위해" 

통상 고금리 특판 상품은 수신상품의 만기가 많이 돌아오는 연말에 이뤄진다. 만기 이후 이탈하는 고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이를 감안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금리 특판은 이례적이다.

은행 수신상품의 금리는 기준금리에 은행의 자금 보유 상황과 경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한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장에 반영됐다. 따라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금융사 입장에서 역마진, '밑지는 장사'다.

은행 관계자는 "평균 금리보다 높은 특판 수신상품은 역마진이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다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고객들에게 금리로나마 보답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의 경영전략 중 핵심이 '고객 중심'이다"며 "고객에게 무언가를 돌려 드리기 위해 특판 상품을 개발한다"며 "우대금리 역시 달성이 쉽도록 상품을 개발해 예전보다 최고금리를 받기 쉽게 됐다"고 설명했다.

◇ 더 큰 이유는 '예대율 규제' 대비

은행들이 특판에 나서는 다른 이유가 있다. 내년 새로 도입될 예대율 규제다.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한다.

예대율이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예금 잔액에 비해 대출 잔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 지표다. 은행은 예대율을 평균 100% 이내에로 맞춰야 한다. 은행이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해주지 말라는 의미다.

현재는 예대율 산정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가중치가 같지만 내년부터는 가계대출의 가중치가 15% 높아지고, 기업대출은 15% 낮아진다.

예컨대 100만원을 가계에 대출해줬다고 가정하면 은행은 115만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쳐야 한다. 반대로 기업대출의 경우 85만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본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도록 하자는 정부의 '생산적금융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 은행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이 많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장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대출을 늘림과 동시에 수신 또한 늘려야 한다. 예대율 산정때 분모(수신 규모)가 많아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내년 예대율 산정방식을 바꾸면 은행들이 예대율을 일정수준(100% 이내)으로 유지하려면 평균 15% 가량 예금을 더 유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3월말 기준 은행 부보예금(예금주가 은행 등에 예치한 예금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은 1265조4000억원이다. 은행들이 내년 예대율 적정수준을 유지하려면 190조원 가량 예금을 더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부보 예금이 1.7% 증가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은행들이 부보예금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진다. 시중 자금이 은행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처를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를 망설이면서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는 이유다.

통상 고금리 특판 상품의 경우 한도와 만기가 짧아 수신을 크게 늘리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객 유인책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은행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도입이 내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될 수 있으면 수신을 많이 늘려야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맞출 수 있다"며 "단순 특판 뿐만 아니라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은행 등 금융기관이 중장기자금 조달을 위해 주택자금대출채권, 공공기관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잔액을 늘리는 것도 예대율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KB국민은행의 경우 고금리 특판 뿐만 아니라 커버드본드 발행도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 발행한 커버드본드 규모는 9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만기 5년 이상의 커버드본드 잔액과 양도성예금증서 잔액은 예대율 산정때 원화예수금 잔액의 1%까지만 인정된다.

결국 예대율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시입출금식 예금고객, 즉 꾸준히 자금을 예치하는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받지 않았던 예대율 규제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저축은행 특성상 가계대출이 많기 때문에 내년 110% 이내로 맞추도록 했고 2021년부터는 100% 이내로 맞춰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특성상 가계대출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저축은행의 장점은 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 보다 높은 금리를 내세워 수신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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