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운영하는 사내대학인 KDB금융대학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KDB금융대학교는 2013년 개교 첫해 신입생 수가 78명에 달했지만 매년 신입생 수가 감소,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폐교는 이미 예고돼있었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KDB금융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는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곧 폐쇄 예정"이라고 말했다.
14일 산은 관계자도 "작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고 있다"며 "재학생들이 졸업하는 내년께 자연스럽게 운영이 중단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로부터 사내대학 학사과정 인가를 받은 곳은 삼성전자, LH, 산은 3곳이다. 이 중에서 신입생을 받지 못한 곳은 KDB금융대학교가 유일하다. 지난해 LH토지주택대학교와 삼성전자공과대학교에는 각각 33명과 12명이 입학했다.
◇ 왜 KDB금융대학만 폐교할까
폐교 이유는 간단하다. 입학생이 없어서다.
KDB금융대학교는 고졸 신입직원을 위해 설립된 사내대학이다. 교육부 인가를 받은 2012년 산은은 민영화를 추진 중이었다. 민영화를 위해 영업점을 늘려야 했고 영업점에선 일할 '고졸 직원'이 필요했다.
산은은 2011년 고졸 행원 90명을 채용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고졸 행원을 뽑지 않은 지 14년 만이었다. 그 이듬해엔 120명을 뽑았다. 창립이후 사상최대 고졸 채용 규모였다. 고졸 행원 중 78명은 2013년 개교한 KDB금융대학교에 첫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산은의 민영화는 2013년부터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민영화를 추진했던 강만수 전 산은 회장도 사퇴했다.
민영화가 엎어지면서 고졸 채용 인원도 급감했다. 2012년 120명에 이르던 고졸 채용 인원은 지난해 8명으로 급감했다. KDB금융대학교에 입학할 학생이 사라진 셈이다.
◇ 민영화 실패의 '흔적'
KDB금융대학은 폐교하면 되지만 사상최대 규모로 채용한 고졸 행원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과제다.
고졸 행원은 산은 내규 상 일반직B로 분류되는데 지난 6월 기준 일반직B 직원은 551명이다. 전체 정규직 직원 3012명 중 18% 가량이 고졸 행원인 셈이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MB정부때 산은이 채용한 고졸 행원은 주로 수신 영업을 맡겼는데 정권과 정책방향이 바뀌면서 산은의 수신 기능은 줄고 있다"며 "고졸 행원들의 역할이 애매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산은의 국내외영업점 수는 2015년 99개에서 올 3월 74개로 줄었다. 민영화 추진 당시 개인금융 담당을 위해 확장한 영업점을 조금씩 줄이면서다.
산은의 총 수신 규모도 감소 추세다. 총수신 잔액은 2015년 45조8405억원에서 지난해 39조112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올 1분기 총수신은 40조7663억원으로 작년동기대비 4.8% 증가하며 바닥을 다진 모습이다.
고졸 행원에게 다양한 업무를 맡길 수도 없다. 산은 인사관리세칙을 보면 일반직B의 직무는 텔러, 비서, 영업지원, 기업외여신(집단대출 및 개별대출), 외환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점이 줄면 고졸 행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고졸 행원이 대졸 공채처럼 기업금융 등 핵심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직B(고졸 공채)에서 일반직A(대졸 공채)로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인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하고 외국어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하지만 1996년까지 고졸 행원으로 입행해도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장벽'이 생긴 셈이다.
그렇다고 민영화 추진 이전인 수준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현재 상황에 맞게 영업점과 인력을 운영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도 수신을 강화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작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산은은 가계대출 중심의 시중은행에 비하면 수신기능이 취약하다"며 "수신 기반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넓은 영업망과 오랜 노하우를 가진 시중은행과 경쟁해 수신 기반을 늘리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산은의 관심은 구조조정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산은은 최근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산은의 구조조정 업무를 자회사로 떼어냈다. 대신 산은 본체는 앞으로 혁신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수신 기반 확대는 경영 우선순위에서 밀린 셈이다.
앞으로 산은이 민영화 실패의 흔적이 남은 지점과 인력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지점 수에 맞게 고졸 행원이 적절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며 "고졸 행원이 책임자가 될 수 있는 성장 경로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