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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검증된 곳만 관심"…핀테크기업 '부익부 빈익빈' 우려

  • 2019.09.03(화) 17:03

"일부 앞선 핀테크기업에 지원 몰린다" 불만 나와
은행 "옥석가리기·투자제도 개선 필요" 설명
금융당국 투자제도 개선 여부 주목

"투자를 한번이라도 받고 언론에 이름이라도 노출이 된 기업은 계속 투자를 받는 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뉴 플레이어'는 기회를 잡기 어렵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회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지난 몇년 사이 주요 은행들이 핀테크기업 육성을 위한 앞다퉈 '랩'을 개설하고 컨설팅, 멘토링, 자금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이같은 기회가 일부 기업에게만 중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핀테크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얘기다.

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이 운영하고 있는 핀테크 육성 기관을 거치거나 현재 기관에서 멘토링,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331개로 집계됐다.

◇ 은행, 스타트업 모시기 경쟁

금융지주나 은행들은 2015년 이후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모시기'에 나섰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퓨쳐스랩'을 통해 5기까지 스타트업을 선정해 컨설팅, 멘토링 등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60개 기업이 수료한 뒤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고 있으며, 현재는 39개 기업이 5기 퓨처스랩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63개 기업, 우리은행은 '우리핀테크랩'을 통해 34개 기업, KEB하나은행은 '1Q에자일 랩'을 통해 65개 기업, NH농협은행은 'NH디지털챌린지 플러스'를 통해 33개 기업을 지원했다.

장소제공, 컨설팅, 판로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뿐 아니라 일부 기업에는 자금지원과 투자가 이뤄졌다.

은행들의 핀테크기업 '모시기'는 이들이 개발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은행 디지털금융에 접목하기 위함이다.

은행이 모든 기술이나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것 보다 핀테크기업의 성장을 도와 협업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유니콘기업 육성'이라는 정책 취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규모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5개 주요 은행이 약 360억원 가량을 직접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보다는 핀테크기업을 육성해 이들과 협업하는 것이 사업성에 더 좋다는 판단이다. 은행과 핀테크기업 모두 윈-윈"이라고 말했다.

◇ "검증된 기업만 투자"에 "옥석가리기 불가피한 측면도" 

문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 은행에서 인정받아 사업을 영위중이거나 언론에 소개된 일부에는 투자와 협업이 집중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보인다는 것.

실제 은행 핀테크 랩에 속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P2P금융,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는 한 기업이 여러 은행의 '핀테크랩'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 사례가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로 여러 은행의 지원을 받는 것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지만, 자칫 보수적인 은행들이 '검증된' 기업에 집중해 '뉴플레이어'를 육성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핀테크기업 대표는 "은행들의 핀테크 랩 취지를 보면 핀테크기업의 스케일업을 통한 유니콘기업 발굴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일부 기업 특히 이미 자리를 잡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 위주로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이미 핀테크 시장에 진출한 플레이어가 많은 상황에서 은행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은행들도 일부 공감하지만 사업성이나 비즈니스 효용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사업이 사회공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 역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육성할 핀테크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다른 은행의 지원도 받는 중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성이 높아 우리 은행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핀테크기업도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을 통해 은행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업계에서는 금융사들의 핀테크기업 투자아 관련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좀 더 많은 핀테크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현행법상 쉽게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조만간 금융기관의 핀테크기업의 투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고 하니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핀테크기업 육성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오는 4일 금융기관의 핀테크기업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핀테크기업이 투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은행만 있는 것은 아니라 벤처캐피탈(VC) 등 여러 채널이 있고 금융당국의 박람회 등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며 "금융사들도 핀테크기업들의 기술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협회도 홍보활동에 좀 더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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