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영수증 발급의무를 폐지하는 정책이 카드사 편의를 봐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카드업계가 '오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19년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소비자 관련 전문가 의견은 배제한 채 종이영수증 발급의무 폐지를 결정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기재부는 내년 1월부터 신용카드사의 종이영수증 발급 의무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재부는 해당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총 세차례에 걸쳐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와 소비분과회의 등을 열고 경제학과, 경영학, 세무학, 법학 등 대학교수 및 변호사 등을 참여시켜 의견을 수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단체를 참여시키지 않고 결정해 결과적으로 카드사의 편의만 봐주는 정책이 나왔다는 것이 유 의원의 주장이다.
◇ 종이영수증 발급비용, 카드사에 큰 부담
카드업계는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해당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자체가 카드사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종이영수증 발급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였다. 전체 카드승인 건수가 증가한 덕분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 승인건수는 198억건이다. 이는 전년 179억건보다 20억건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당국은 카드결제 과정에서 종이영수증 발급에 들어가는 비용만 연간 12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가맹점수수료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상당수의 가맹점에서 결제가 많아진다고 해서 카드사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수수료 인하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1.4~1.6% 수준의 우대수수료율 적용받는 가맹점은 지난해 기준 전체 가맹점 269만개 중 93%나 된다. 우대수수료율 구간은 카드사 입장에서 수수료율이 낮아 수익을 내기 힘들다.
◇ 종이영수증 퇴출, 결제환경 바뀐 결과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밴수수료나 종이영수증 발급 등 관련 비용을 줄이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카드업계의 입장이다. 이는 금융당국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카드사용내역을 문자나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받아보는 경우가 늘고 있고, 소액거래가 크게 늘면서 무서명 거래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종이영수증 발급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었다.
카드업계는 종이영수증 발급 대신 각 카드사 앱이나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영수증을 전산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런 경우도 수수료가 들기는 하지만 종이영수증 발급에 비하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또 종이영수증은 분실 가능성이 있고 이를 악용한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도 있다. 또 종이영수증에는 비스페톨A 등의 환경호르몬이 있다.
영수증을 인쇄하는 염료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높아진 환경규제 때문에 중국산 종이영수증 염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종이영수증 색깔이 검은색에서 연한 파란색으로 바뀐 바 있다.
이처럼 결제시장의 다양한 이유로 종이영수증이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것이지 카드사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는 게 카드업계 설명이다.
◇ 타격받는 밴 대리점도 "종이영수증 축소는 불가피"
종이영수증이 줄면서 피해를 입는 곳은 소비자가 아니라 밴 대리점 업계다.
밴 대리점들은 카드사로부터 종이영수증 발급비용을 밴사를 거쳐 받아왔다. 종이영수증의 평균 발급 비용은 한건당 7.7원 수준으로 밴 대리점의 주된 수입원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관련 수입이 크게 줄 수 밖에 없다.
그런 밴 대리점들도 종이영수증의 폐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라는 입장이다.
밴 업계 관계자는 "종이영수증은 발급되더라도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을 반영한 수수료 정책이 확립되어야 우리도 중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수익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카드사와 밴 업계가 결제망의 유지관리를 위해 맺은 수익 보전 업무협약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카드사들도 일정한 수수료 수익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