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사 CEO들에게 건전성, 소비자 보호, 혁신 3가지를 주문했다.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카드사 CEO 간담회'에서다.
간담회 직후 윤 원장은 "업계의 여러 얘기를 많이 들었고 미래 지향적으로 잘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 요청했고 (윤 원장도) 애로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잘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국과 업계 수장간의 상견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윤 원장의 3가지 주문에 대해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 "건전성 큰 문제 없지만…"
윤 원장은 건전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카드 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윤 원장은 "최근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건전성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크지 않다"며 "그러나 최근들어 금융시장의 대내외 리스크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대출이 늘면서 연체율이 약간 높아지고 있지만 연체율을 보면 은행보다 카드사가 낮다"며 "카드사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실적이다. 올 상반기 신한·삼성·국민·현대·우리·롯데·하나 등 7개 카드사 순이익은 영업이익 규모는 1조1356억원으로 작년동기보다 1156억원(9.24%) 줄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8780억원으로 171억원(1.91%)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가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선 '마른수건 짜기'식 비용절감이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 "생존위한 혁신" vs "오히려 역차별"
윤 원장은 또 카드사에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카드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핀테크업체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카드사는 미운털이 박혀 있는 상황이다.
올해초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신용카드의 외상결제로 인해 가계건전성에 부정적이고 연간 카드수수료로 부담하는 비용이 11조원에 이르는 등 경제전반에 부담"이라며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인프라"라고 지적한 것이 단적인 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 카드사가 어려운 것은 회사 경영상의 문제가 아닌, 당국의 정책 때문"이라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비자보호 한 목소리…"카드 혜택 감소는 불가피"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소비자 보호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이다. 다만 카드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카드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원장은 "일부 카드사에서 발생하는 고객 설명의무 불이행이나 카드대출 금리산정 문제와 같은 사례는 기업의 이미지와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킬 것"이라며 "카드업계는 상품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금융소비자의 관점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카드사가 대출 사업을 확대하고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이자수익(1조1000억원)이 수수료수익(7192억원)보다 많았다.
이 관계자는 "윤 원장의 소비자 보호 강화는 카드사들에게 카드 혜택을 줄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올해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