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지속가능채권(ESG)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ESG채권은 국제자본시장협회의 '사회채권원칙'에 따라 발행하는 채권이다. 조달된 자금의 사용은 사회적채권 관리체계 검증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는 등 본래의 목적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발행한 ESG채권은 사회적 가치증대와 소외계층 지원, 환경보호, 신재생에너지 개발 지원 등을 위한 자금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수료 수익이 악화하면서 전통적인 신용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카드사들이 새로운 형태의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 현대·우리·신한카드 등 발행..어디에 쓰여지나?
지난달 현대카드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7년 만기의 원화 그린본드를 총 24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ESG채권의 하나로 발행자금을 환경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목적이 제한됐다.
현대카드는 해당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최근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 관련 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카드업계 최초로 사회적채권을 발행한 곳은 우리카드다.
우리카드는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소셜본드도 ESG채권의 하나로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 사회 인프라 구축 등의 제한된 목적에만 쓸 수 있다.
우리카드는 소셜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결제 대금으로 사용했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도 지난 8월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해 조달된 자금을 추석연휴 중소가맹점 지급주기 단축 등에 사용한 바 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ESG채권에 대해 사용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대규모 발행을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친환경자동차 등의 보급이 늘면서 ESG채권으로 통해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가 많아지자 적극적인 참여에 나서고 있다.
◇ 회사채 의존 낮추고 ESG·ABS 비중 높인다
카드사들이 ESG채권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했던 사업들이 모두 신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한다면 이에 특화된 ESG채권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자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전통적인 방법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신용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 조달원 중에서는 회사채(카드채)가 가장 선호된다. 금리가 불안하지만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의 금리는 외부적으로는 기준금리, 내부적으로는 해당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익성이다.
기존 카드사의 핵심 수익원이 수수료란 점에서 적자가 나기 힘든 구조였다. 고정비를 상쇄할 만한 수준의 수수료를 계속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을 잃을 경우 위태로울 수 있지만 현재 각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은 안정적인 상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주업인 신용판매 부분에서 흑자를 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고정비만큼도 수수료를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카드사들은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동차금융 등 대출사업에서 흑자를 내면서 전체적인 흑자기조는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이 최고금리 추가인하 등에 나설 경우 어려워 질 수 있다.
만약 적자라도 난다면 회사채는 발행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우려다. 회사채 의존도를 줄이고 ESG채권과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조달리스크를 분산하고 비용도 줄이기 위해 ESG나 ABS 등의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며 "특히 ESG의 경우 사회적금융 역할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와도 궁합이 잘맞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