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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수순 밟는 '카드 종이영수증'…카드-밴사 희비

  • 2019.06.12(수) 17:14

정부, 카드 종이영수증 발급의무 완화 추진
카드사, 전자 영수증·선택적 발급제 등 도입
밴 대리점 '울상'…카드사 "받아들여라"

신용카드로 물건을 산 뒤 받는 종이영수증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IT기술의 발달로 종이영수증을 대체할 수단이 많아진데다 종이영수증을 발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필요성도 커졌다.

반면 종이 영수증의 발행구조에 기반해 매출을 올리던 밴 대리점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밴 대리점은 전국에 약 5000여개 있으며 종사자 수는 약 3만여명으로 파악된다.

◇ 비용·환경·필요성 등 종이영수증 퇴출 목소리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카드가맹점의 종이영수증 발행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의 후속조치다.

현재 적용 중인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때 즉시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고객이 영수증이 필요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영수증을 발행한 뒤 이를 버려야하는 구조다. 종이 영수증 한 건당 발생하는 발급 비용 7.7원은 카드사 부담이다.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카드 결제 시 소비자의 요구가 없다면 종이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요구가 있을 때만 종이 영수증을 출력하게 된다.

이럴 경우 카드사가 부담하는 영수증 발급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서 밴사를 통해 발행된 종이 영수증 발급 비용은 2015년 488억원에서 지난해 580억원으로 3년 동안 14.7% 늘었다.

밴사를 거치지 않고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승인 내역을 주고 받는 대형가맹점을 포함할 경우 발급비용이 1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게 카드업계 설명이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꾸준히 종이영수증 발행 의무를 철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비용뿐만이 아니다. 카드 종이영수증에는 비스페톨A 등의 환경호르몬이 있어 생산 자체가 환경에 나쁘다는 우려도 있다. 버려진 종이영수증을 악용한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도 있다.

또 이미 카드결제 내역은 모두 전산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굳이 종이로 된 영수증을 발행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게 카드업계 주장이다.

이미 일부 카드사에서는 종이영수증 대신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체 카드앱의 푸시기능을 이용한 영수증 대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카카오페이를 통한 전자영수증 발행 서비스를 선보였고, KB국민카드도 오는 7월부터 5만원 이하 결제시 종이영수증을 선택 발행할 수 있는 '카드 매출전표 선택적 발급 제도'를 시행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 전자영수증을 발행할 경우 발급 비용은 건당 5원 수준으로 종이영수증에 비해 저렴하다.

◇ 종이영수증 기반 사업하는 밴 대리점 '발등에 불'

종이영수증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밴 대리점 업계는 울상이다. 종이영수증의 발급 구조에서 각종 업무를 대행하며 수수료를 받는 것이 밴 대리점의 주요 매출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등으로 밴 업계의 '일거리'는 꾸준히 줄어왔다. 이에 카드사와 대형 밴사 등은 밴 대리점의 일감이 줄더라도 수수료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밴 구조를 유지해왔다. 실제 카드사들은 무서명 거래 도입으로 밴 대리점의 개인 확인절차가 없어졌지만 기존의 50%의 수수료를 지급해왔다.

이는 밴 대리점 업계가 수수료 사업 외에 실제 중소형가맹점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밴 대리점들이 수익성 문제로 고사할 경우 카드결제망에 큰 지장이 생길 우려에 있어 실제 일거리가 없더라도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책정에 지급해왔다.

현재 소비자 요구가 없더라도 종이영수증을 발급한 뒤 이를 폐기하는 것도 밴 대리점의 수익 유지를 위한 일종의 '사족'이다.

하지만 아예 발급의무 자체가 사라질 경우 카드사가 밴 대리점에 종이영수증 관련 수수료를 줄 명분이 사라진다.

최근에는 결제정보 등을 처리하는 전표매입 업무를 카드사가 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고, 수수료를 주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밴 업계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밴 대리점 관계자는 "무서명 거래 확대와 전표 직매입 등으로 밴 대리점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며 "최근 논의되는 카드 수수료 관련 이슈에 밴 대리점 업계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카드사 관계자는 "밴 대리점들이 가맹점에는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단말기를 설치해주는 등 서비스를 무상수준으로 제공하고 카드사에만 기대서 매출을 올려왔다"며 "이는 '상생'이 아니라 '기생'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밴 대리점들도 천수답식 경영을 끝내고 단말기 유상설치 등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며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어 모두 함께 생존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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