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결제를 취소할 일이 생깁니다. 계좌에 돈이 모자라거나 단순 환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곧바로 결제가 취소되고 대금이 빠져나가지 않지만, 실제 카드결제 대금이 빠져나간 뒤 다시 입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카드결제인데 이처럼 결제취소 과정이 다른 것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카드결제시스템 때문입니다.
카드사는 고객의 '신용'을 믿고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합니다. 그래서 상품을 사면서 카드로 결제한 날과 실제 대금을 납부하는 날짜가 다릅니다. 이를 이용해 당장 내 돈이 빠져나가지 않았는데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의 핵심 기능입니다.
◇ 소비자-가맹점-카드사 결제 프로세스 7단계
카드결제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먼저 ①신용카드 가맹점에서 단말기를 통해 결제를 합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상관이 없습니다.
카드단말기가 카드를 읽으면 실시간으로 ②카드의 유효기간과 한도를 조회합니다. 문제가 없다면 ③카드결제가 '승인'됩니다. 승인이 완료되면 판매자가 상품을 넘겨주겠죠. 영수증과 카드결제 완료문자도 이때 받습니다. 카드 승인이 이뤄지면 곧바로 해당 금액만큼 카드한도가 줄어듭니다.
이제부터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입니다. 일종의 정산 과정입니다.
카드결제가 승인된 이후 ④가맹점은 카드사에 물건가격을 지불해달라고 전표를 제출합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전표매입'이라고 불리는 업무입니다. 보통 밴사와 밴대리점이 이 업무를 카드사 대신 대행합니다.
이후 전표매입이 된 결제건은 곧바로 ⑤카드사가 물건가격을 가맹점에 지불합니다.
다음은 ⑥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청구할 금액을 확정한 뒤 이용대금명세서를 보냅니다. 실제 납부일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대금명세서를 받게 됩니다.
이제 끝으로 ⑦소비자가 카드사에 대급을 납부합니다. 자동으로 출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금을 지불하고 나면 줄어든 카드한도도 복구됩니다.
정리하자면 ①~③은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에서 이뤄지는 단계며, ④~⑤는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과정입니다. ⑥~⑦은 소비자와 카드사 사이의 단계입니다.
◇ 결제단계따라 달라지는 카드 취소절차
이 모든 단계 중간에 카드결제 취소가 가능합니다. 다만 어디까지 결제과정이 진행됐느냐에 따라 취소 프로세스가 달라집니다.
가장 간단한 경우는 전표매입(④번 단계)이 이뤄지기 전에 카드결제가 취소되는 것입니다.
이 단계는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 사이에서 실제 돈이 오간 일이 없습니다. 승인된 내역만 취소하면 됩니다. 대부분 당일 결제가 바로 취소되며 한도도 곧바로 복구됩니다.
다음은 전표매입은 이뤄졌지만 대금납부를 하기이전(⑥번 단계)에 취소하는 경우입니다. 먼저 단계보다는 좀 복잡합니다. 카드사가 이미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취소를 하려면 가맹점이 취소전표라는 것을 발행한 뒤 카드사로 대급을 재입금해야 합니다. 다른 결제건과 상계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약 2~5일입니다.
만약 이용대금명세서가 나온 이후라고 해도 이 단계에서 취소가 되면 해당 금액은 제외하고 출금됩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 이미 돌려줬는데 왜 명세서에 내역이 찍혀있느냐"는 항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소비자의 카드대금까지 모두 빠져나간 뒤 결제를 취소하는 경우입니다. 앞선 단계처럼 가맹점이 취소전표를 발행하고 대금을 돌려준 뒤 카드사가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환급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려면 4~10일 가량 걸릴 수도 있습니다. 취소전표매입이 이뤄진 경우 실제 결제금액을 환급하기 전에 취소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건을 이미 돌려주고 결제도 취소됐다는데 왜 돈을 돌려주지 않는가"라는 항의가 종종 들어온다고 합니다. 절차를 보면 알겠지만 실제 입금은 문자를 받은 뒤 며칠 더 걸립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결제는 신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외상거래기 때문에 취소의 경우도 복잡한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며 "소득과 지출계획에 맞춰서 계획적으로 카드를 이용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