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VAN) 대리점업계가 배달앱업체들이 밴 시스템에 기생하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앱들이 배달주문을 받을때 신용카드 조회기를 사용하면서도 사용료나 수수료를 밴 대리점에는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배달앱, 조회기 인프라 쓰면서 비용은 안내
밴 대리점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주문을 받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밴 대리점이 임대해 준 신용카드조회기에 배달앱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발생하면 각 음식점에 설치된 카드조회기에서 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뜨고 이를 확인해 배달주문을 처리한다.
문제는 이렇게 처리된 배달주문은 밴 주문이 아니라 PG 주문으로 처리가 된다. 배달앱들은 각자 PG사(전자지불대행회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G 주문은 밴사에는 수수료를 내지만 밴 대리점에는 주는 수수료가 없다. PG결제는 조회기가 없는 인터넷 결제 등에 적용되는 결제방식이지만, 배달앱 결제에서는 '카드조회기를 경유'하면서도 수수료를 내지 않게 된다.
또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많아질수록 기존 전화주문이나 직접 매장을 찾아 주문을 하는 경우는 줄어든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인 전화 배달주문을 할 경우 배달직원이 카드조회기를 가져가 결제를 하기 때문에 밴 대리점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배달앱은 배달앱 자체 결제서비스를 이용한다.
게다가 배달앱 프로그램이 정식적인 밴결제시스템 상의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프로그램 오류나 AS문제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밴 대리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발생한 문제는 모두 밴 대리점에서 비용을 들여 처리하지만 배달앱 측에서는 관리비용을 내지 않는다.
밴 대리점 업계는 배달앱을 통한 주문도 일반적인 카드결제와 마찬가지로 종이전표출력이 발생하고 트래픽을 유발한는 점에서 배달앱들이 밴 대리점에 수수료나 사용료, 관리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밴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에도 한 가맹점 업주가 배달앱주문을 받겠다며 이를 지원하지 않는 구형 조회기 교체를 요구했다"며 "우리는 기대할만한 아무런 이익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최신형 조회기로 교체해 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무임승차 끝내라"…밴대리점 대응 예고
이 문제는 배달앱이 활성화되던 수년전부터 있던 이슈지만, 밴 대리점 입장에서는 문제를 삼지 못했다.
밴 대리점들은 가맹점과 계약을 하면서 단말기에 다른 프로그램을 깔지 않도록 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배달앱 인기가 높아지자 가맹점들이 배달앱의 사용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 허용해 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밴 대리점들은 대부분 영세한데 배달앱은 규모가 큰 회사다보니 협상테이블이 마련되지 못해 대응이 쉽지 않았던 점도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이 악화되자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밴 업계의 수익성도 악화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선심성으로 허용해준 배달앱의 '무임승차'를 이제라도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고문변호사와 협의해 10월 중 배달앱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밴 대리점 업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있는 카드사와 밴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가맹점과 부딪히고 있는 밴 대리점 입장에서는 매우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가 될지 관리비 형태가 될지는 아직 논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배달앱이 밴 대리점의 인프라를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조만간 법률적인 검토를 마무리하고 관련논의를 공개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