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카드 만들면 '별'을 준다고?…불법 카드모집 기승

  • 2019.07.24(수) 17:13

한 직거래사이트, 불법모집 광고 하루 600개 이상
모집수당 활용해 불법 현금 지원금 여전
카드사들 "모집인 채널 비중 줄이는 이유"

한 인터넷 게시판에 신용카드를 만들고 싶다고 글을 하나 올리자 3분 만에 댓글이 9개나 달렸다. 자기를 통해 만들면 '별'을 주겠다는 카드모집인들의 댓글이다. 카드업계에서 '별'은 불법 리베이트를 말하는 은어다. 1별은 1만원이다. 한 모집인은 연회비 7만원짜리 카드를 하나 만들면 별을 17개나 준다고 한다. 매월 150만원 이상 긁으면 매월 1별 추가다. 이쯤되면 리베이트 없이 카드를 만들어오던 기자가 바보였나 싶을 정도였다.

불법 카드모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트나 터미널 등에서 귓속말로 '카드를 만들면 현찰을 주겠다'던 불법 모집인들은 이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한 온라인 직거래 전문 사이트에 지난 23일 하루동안 카드모집인이 카드모집을 광고하며 올린 게시물 수는 총 667개였다. 모집글 대부분은 '프로모션'이나 '혜택', '지원', '별' 등의 은어를 이용해 현금 지원금을 주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들에게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모집인이 연회비가 2만원대 카드를 만들면 약 13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연회비가 비싸질수록 지원금도 올라갔다. 연회비가 7만원이 넘는 카드의 경우 지원금 17만원을 제안했다. 사실상 연회비 부담이 전혀 없는 셈이다.

직접 카드를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리자 이번에는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 비공개 댓글이다보니 내용은 더욱 노골적이다. 만약 자신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다른 설계사가 있다면 2만원을 더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같은 현금지원은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나 대리 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 시 연회비의 10%를 넘는 경제적 이익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안된다. 연회비가 7만원인데 지원금을 17만원을 준다면 140%가 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불법은 또 있다. 카드모집인은 1개 카드사의 상품만 취급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여러 카드사를 다루는 모집인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한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불법 카드모집 광고글 캡처

이같은 불법 현금 지원은 카드모집시장은 물론 카드업계 전체를 병들게 하는 악습이라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불법 지원에 나서는 모집인들이 리베이트의 재원으로 삼는 돈은 결국 자신들이 받는 수당이다. 이를 고객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대신 박리다매를 노린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정당하게 카드모집에 나서는 모집인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카드 모집인들은 카드를 발급시킬 경우 모집수당을 받게 된다. 또 이렇게 발급된 카드가 사용되는데 따른 사용수당도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모집수당은 건당 2만원 가량이며 사용수당도 사용금액에 따라 월평균 2만원 가량이 책정된다. 사용수당이 제공되는 기간은 약 6개월이다. 결국 카드 한 장당 약 14만원 가량의 수당을 받게 된다. 만약 고객이 해당 카드사의 신규고객이라면 추가수당이 붙고, 해당 모집인을 통해 신규가입한 고객수가 많다면 인센티브가 있다.

이 때문에 불법 모집인들은 연회비가 비싼 카드의 신규가입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카드를 단 6개월만 유지해달라는 부탁도 한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이렇게 모집된 고객이 그리 달갑지 않다. 불법 모집에 따른 사회적인 비난도 카드사의 몫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불법 모집인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은 단기적으로 혜택만 집중적으로 누린 뒤 해지에 나서는 '체리피커'가 많다"며 "당장의 현금을 노리고 가입하다 보니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을 잔뜩 챙긴 뒤 갚지 못하는 악성고객도 상당수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카드모집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카파라치 제도 등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익명으로 진행돼 근절이 어렵다"며 "수당 등으로 발급비용이 비싸고 리베이트와 같이 불법 논란도 있다보니 모집인을 통한 카드발급 비중을 줄이는 것이 대세"라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