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고객이 직접 카드 플레이트의 외형을 디자인할 수 있던 '커스텀카드'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
미리 정해진 카드의 외형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사진이나 그림, 캐릭터를 카드 외형에 적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았지만, 까다로운 발급 절차와 저작권 관리 등 관리상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국내 카드사에서 정식으로 출시되는 커스텀카드는 롯데카드 외에는 없다.
이에 따라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카드소비자들이 해외 사설업체를 이용해 카드 개조를 하기도 한다. 카드사들은 IC카드 도입으로 복제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위험이 없지 않다고 우려한다.
◇ '사진카드' 단종…롯데 '스타일카드' 유일한 커스텀카드
최근 기업은행은 반려동물 특화 카드인 '참! 좋은 내사랑PET카드'를 단종했다. 이 상품은 반려동물 업종에 대한 할인혜택이 많고 전월 실적기준은 6만원 밖에 되지 않아 인기가 많던 카드다.
특히 숨겨진 기능 중 하나인 '사진카드' 기능이 있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카드는 BC카드로 만들 경우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발급을 받은 뒤 인터넷을 통해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사진을 이용해 카드를 만들어줬다.
이 카드 단종으로 이제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카드는 롯데카드 외에는 없다. 롯데카드는 '스타일카드'라는 서비스를 통해 디자인을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있다.
'롯데포인트 플러스 체크카드'와 'DC Plus 카드', '세븐일레븐 멤버십롯데체크카드', '롯데영플 체크카드' 등 일부 체크카드에 스타일카드를 적용해 자신만의 카드로 만들 수 있었다.
이같은 커스텀카드는 과거 많은 카드사들이 상품을 내놓았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카드는 주로 사용하는 메인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었다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특히 '셀디카드'라는 예명으로 불리던 삼성카드의 '셀프디자인 카드'와, 사진은 못넣지만 자신만의 색을 입혀 카드로 만들 수 있던 현대카드의 '잇카드' 등이 인기를 끌었다.
삼성카드는 소비자가 직접 카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커스텀카드를 처음 시작한 카드사다. 롯데카드의 스타일카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직접 사진이나 그림 등을 골라 카드에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용과 저작권 등의 문제로 2016년 초에 단종됐다. 현재 선불형카드인 기프트카드만 셀디카드로 만들 수 있다.
현대카드의 잇카드는 사진이 아니라 색과 소재를 커스텀 제작할 수 있던 카드였다. 하이퍼두랄루민과 리퀴드메탈 등 특수금속소재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카드의 색도 소비자가 직접 골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소재 특성 상 IC카드로 만들기 어려웠고 발급비용도 최대 10만원까지 들어 인기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2017년 초 단종됐으며 현재는 같은 카드로 교체발급만 가능하다.
◇ 커스텀 목마른 소비자 해외업체 이용…분실·복제 위험도 있어
일부 카드 사용자들은 카드사를 통해 자신만의 커스텀카드를 만드는 게 어려워지자 사설업체를 통해 카드를 개조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카드 겉면을 새롭게 코팅하는 방식으로 카드디자인을 바꿔주는 업체가 일부 있지만 찾기 어렵다. 이에 카드 디자인을 바꾸기를 원하는 소비자는 해외업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외는 아직 커스텀카드 인기가 높다. 미국 3위권 은행인 웰스파고은행(Wells Fargo Bank)의 경우 아예 커스텀카드를 기본기능으로 장착해 인기가 높다.
커스텀카드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해외업체를 이용하려면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원하는 디자인과 소재를 고른 뒤 해외업체에 카드를 배송시킨다. 업체는 이를 받아 IC 칩을 분해하고 새로운 카드에 이식한 뒤 다시 배송해준다.
장점은 소재 선택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24K 순금으로 카드를 만들 수도 있고 가볍고 강한 소재인 카본이나 은빛 반사가 특징은 크롬코팅이 된 카드도 만들 수 있다. 기존 카드사의 커스텀카드 기능이 카드 앞면만 바꿀 수 있던것과 달리 사설업체는 카드 앞뒷면을 모두 바꿀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카드번호를 아예 지운 채 카드를 만들 수도 있고, 서명을 카드 겉면에 인쇄해도 된다.
하지만 주문과 배송 과정이 복잡하고 해외에 카드를 배송시킨다는 점이 찜찜하다. 공인되지 않은 업체에 맡길 경우 분실이나 부정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해외업체를 통해 카드를 새로 디자인한 한 소비자는 "카드를 모두 정지시킨 뒤 주문과 배송을 진행했다"며 "배송비까지 약 50만원이 들어 비용이 비싸고 시간도 한달 가까이 걸려 불편했지만 만족도는 높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만들어진 카드를 개인이 디자인을 바꿔 사용한다고 해도 법이나 규정상 문제되는 것은 없다"며 "마그네틱카드는 복제가 쉬워 금물이지만 IC카드는 복제가 어렵기 때문에 사설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믿을만한 업체를 찾기가 어렵고 디자인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파손이 일어나거나 혹시 모를 복제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는 모두 소비자의 책임"이라며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카드가 많이 나오고 있어 얼마든지 소비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으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