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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밴 업계, 가맹점수수료 인하 불똥 '곳곳에서 갈등'

  • 2018.11.21(수) 18:19

카드사 비용절감 나서며 전표매입수수료 등 대립
밴사-밴 대리점 '을'의 갈등도
카드사·밴 "당국은 가맹점수수료만 관심, 생태계도 봐달라"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와 밴 업계가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수익성이 안좋아진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밴 수수료에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결제 생태계 곳곳에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가맹점 카드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될 전망이다. 


◇ 가맹점수수료 인하, 밴 수수료 불똥..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목표는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마케팅비용 등을 줄이면 수수료 인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현실적으로 마케팅비용을 큰 폭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각 카드에 탑재된 혜택을 카드사 마음대로 줄이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을 줄이지 못하면 각종 제휴나 이벤트 등 일회성 비용을 크게 줄여야 한다. 카드사나 신용평가사들은 "시장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마케팅비용을 눈에 띄게 줄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하위권 카드사부터 고객이탈이 예상되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이 가능한 부분으로 밴 업계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꼽고 있다.

카드사는 밴사와 밴 대리점을 통해 가맹점을 모집하고 결제망을 보급·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매입·승인 수수료가 카드사에서 밴사, 다시 밴 대리점으로 지급된다. 카드사는 우선 새로운 전표매입 시스템을 활용하면 매입수수료를 지금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놓고 밴 업계가 반발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밴 대리점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롯데카드의 전표 매입수수료 인하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부터 롯데카드가 직매입 전환율을 기존 25%에서 50% 수준으로 확대하면서 밴 대리점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카드사와 매입수수료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신한카드가 시도했다 반발에 부딪혀 보류하기도 했다.

카드사와 갈등은 밴 업계 내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대형 밴사가 카드사에서 받는 수수료가 줄었다는 이유로 협의없이 밴대리점에 지급하는 승인 수수료를 대폭 줄였다며 공정위 제소를 검토중이다. 밴 대리점 측이 법률자문단을 구성하고 제소 직전까지 진행했지만 다시 대화를 해보자는 밴사의 요청으로 합의점을 찾고 있는 중이다.

카드사와 밴 업계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12년부터 가맹점 카드수수료가 인하되면서 크고 작은 공정위 제소가 이어져왔다.

지난해에도 밴 대리점업계가 수수료 문제로 BC카드를 공정위에 제소했고 이에 앞서 2014년에는 BC카드와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등이 밴 업계에 수수료 인하를 강제했다며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당국은 가맹점 카드수수료만 관심"..카드-밴 업계 모두 불만

카드사와 밴 업계 모두 금융당국이 가맹점카드수수료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이들간의 문제에는 소극적이라는 불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가 받는 가맹점수수료는 강제로 내리게 하면서 우리가 내는 밴 수수료는 내리지도 못하게 한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위해서는 밴 수수료 체계도 함께 손봐야 하는데 이 부분은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신한카드와 밴 업계의 갈등 당시 금융당국이 나서서 카드사에 "밴 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들은 당시 금융당국이 IC카드 단말기 보급에 적극 나섰는데 밴 업계를 통해 보급하기 때문에 편을 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표 매입수수료 갈등에 대해서는 밴 업계가 금융당국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한 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스트레스가 높기 때문에 이번에는 카드사 편을 들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수수료 정책은 카드사 뿐만 아니라 말단의 밴 대리점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 문제니만큼 당국이 나서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시장은 시장 논리에 따라 큰 문제없이 돌아가던 곳인데 최근 10년간 정부가 깊숙하게 개입하면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라고만 강요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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