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 가맹점수수료 개편 발표로 수익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탈출구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가입돼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4일 '여신전문회사 위기와 지속가능한 성장 모색'이란 포럼을 가졌다. 포럼에서 김덕수 협회장은 "여신금융업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되는 절체절명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주변 형세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해 전쟁에 승리하는 병형상수(兵刑象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발표자로 나선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부터 향후 3년동안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1조5000억원이 줄어들고 카드회원(소비자) 혜택은 8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윤 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이 순익감소에 대응해 초기에는 상품에 탑재되지 않은 무이자할부 등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상품탑재 부가서비스 축소와 연회비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윤 연구위원은 카드사업계가 영업환경 악화에 대응해 ▲적격비용 체계 재검토 ▲카드사 공동으로 한시적 비적격비용 절감 협약 ▲오프라인시장에서 QR이 아닌 NFC결제방식 보급확대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익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윤 연구위원은 먼저 가맹점수수료율을 산정하는 기초가 되는 적격비용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카드 가맹점수수료는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비용에 카드사 마진을 더해 결정된다.
윤 연구위원은 "우대가맹점이 93%에 달하면서 적격비용 산정의 기본의미가 퇴색됐다"며 "여기에 선진국에서도 없는 가맹점수수료 규제,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이뤄지는 수수료인하, 양면성을 가진 신용카드플랫폼에 대한 일방적 가격조정에 따른 플랫폼비즈니스 약화 등을 감안할때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적격비용 항목에 대해 비용을 절감하면 3년후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적격비용 재심사에서 수수료 인하 요인이 되는데 카드사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적격비용을 줄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향후 한시적으로 협약을 맺고 마케팅비용 등 비적격비용을 함께 줄여야 한다고 제기했다.
윤 연구위원은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방식 보급확대에 대해 "QR코드 방식은 편의성, 보안, 범용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지급결제서비스 고도화가 아닌 신용카드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인 중국이나 아프리카에서 차선책으로 나온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신규 카드단말기에 비접촉결제기능(NFC)를 추가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등 오프라인시장에서 카드플랫폼 주도권을 유지하고 모바일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NFC단말기 보급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이외에도 "카드사들이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데이터 대표성이나 점유율이 낮은 카드사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카드사 공동의 빅데이터플랫폼을 개발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석일홍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카드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역차별 시정 ▲신종전자지급수단과 역차별 시정▲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 보완 ▲신용카드를 통한 송금업 허용 ▲신용카드사가 확보한 정보 판매 허용 ▲부가서비스 유지 조건 완화를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석 변호사는 "제로페이 관련해 국가가 민간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타당한지, 제로페이에 대한 은행수수료 소득공제 혜택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동등한 대우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에 대해서는 가맹점수수료 규제가 없다"며 "가맹점수수료 규제 또한 타금융권이나 외국사례가 없고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가 재화나 용역 구매에 따른 지급결제수단이 아니라 송금수단 모델로 진화할 필요가 있고 정보가 새로운 수익원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고 신용카드 세액공제한도 증액, 카드산업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 참여를 보장하라"고 금융감독위원회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