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2019 금융키워드]카드사, 미래 생존카드 '빅데이터'

  • 2018.12.12(수) 17:46

계속된 수수료 인하·규제로 사면초가
카드사 강점 빅데이터로 탈출구 모색
복잡한 규제·빈약한 콘텐츠 '숙제'

금융회사들이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내년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올해도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았지만 내년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이자 장사란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신용카드사는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사면초가다. 보험사도 성장정체를 극복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사들의 내년 과제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41세 직장인. 미아사거리역과 종각역 오가며 출퇴근. 매주 액션영화 1편씩 다운로드 감상. 넷플릭스와 앱스토어 등 자동결제 매달 10만원 수준. 최근 육아용품 지출이 많아짐'.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곧 돈이다. 특히 카드사가 고객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가맹점 입장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다.

계속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레버리지배율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카드업계가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빅데이터사업이 당장 카드사에 의미있는 수익을 가져다 줄수는 없어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미래 생존카드'로 보고 있다.

◇ '가맹점과 상생' 빅데이터모델 개발 적극

카드사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맹점과 윈-윈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적극적이다.  가맹점의 매출에 도움을 줘서 결과적으로 카드매출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쌓은 빅데이터를 가맹점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툴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카드사는 업계 1위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1998년 LG카드시절부터 데이터에 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역량은 지난 8월 내놓은 '마이샵'(MySHOP) 서비스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마이샵은 카드 이용내역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쿠폰 등 혜택을 선제적으로 제안해주는 서비스다. 신한카드 가맹점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상권을 찾는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혜택을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솔루션을 받는 비용은 무료다.

마이샵 서비스를 장착한 신한카드의 '신한 FAN 앱'은 최근 단일 금융사 최초로 1000만 고객을 돌파했다. 회사가 빅데이터 사업에 큰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뜨거운 반응 때문이다.

삼성카드도 빅데이터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마케팅서비스 '링크(LINK)'는 삼성카드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 소비패턴에 적합한 쿠폰을 제공하고 고객이 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혜택을 적용하도록 하는 앱이다.

신한카드와 마찬가지로 삼성카드의 링크도 가맹점 입장에서 고객의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고객유인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KB국민카드도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시스템인 '스마트 오퍼링시스템'을 활용중이다. 카드사에 누적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에게 팝업으로 적합한 혜택이나 서비스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롯데카드의 '라이프'와 하나카드의 '나만의 픽(Pick)', 비씨카드의 '마이태그' 등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분석해 가맹점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 복잡한 규제·빈약한 빅데이터 콘텐츠 '걸림돌' 

빅데이터 활용이 '미래 생존카드'라는데 이견은 없지만 난관도 많다.

우선 빅데이터 활용에도 촘촘한 규제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에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주무부처가 없다. 각 부처마다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걸어두다보니 실제 활용을 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문턱이 많다.

특히 빅데이터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전담해 주관하는 부처가 없다보니 법제화 하는 작업이 더디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보호법,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 금융위원회는 고객신용정보보호법 등을 맡아 빅데이터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세 부처 모두 빅데이터 활용보다는 개인정보보호에 더 치중하는 구조다.

그동안 수차례 개인정보유출 사태를 겪으면서 빅데이터 관련 정책이 정보의 효과적인 활용보다는 개인정보의 보호에만 치중됐다.

김효정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본부장은 "중국의 경우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법에 있는 아이템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가 적용되다보니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어렵사리 활용할 만한 빅데이터사업 아이템을 확보한다해도 카드사마다 가지고 있는 정보 수준이 다르다는 점도 산업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가 따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데이터의 대표성 문제가 있고 점유율이 낮은 카드사는 사업 진입 자체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드사가 가진 빅데이터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카드사 공동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데이터 제공 규모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가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