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본업은 '결제 사업'이다. 하지만 더 이상 본업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졌다. 매년 가맹점수수료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카드사는 본업보다는 과외활동에서 수익을 냈다. 특히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대출시장이 주된 수익원이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추가로 예정된 내년에도 대출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중금리대출에 대한 규제완화에 나서면서 2금융권 대출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카드론 증가세 뚜렷…올 상반기 7개사 취급액 20조원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카드론 이용금액은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12.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7개 카드사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총 20조850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카드론 이용금액은 2006년 상반기 3조1852억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10조원을 돌파한 뒤 2015년 상반기에 15조원을 넘어섰다.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 상반기가 처음이다.
현금서비스도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7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신규 취급액은 30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4% 늘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사 카드론 증가율은 연 7%가 한계다. 이때문에 하반기 카드론 증가율은 상반기 대비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카드론 증가율을 규제한도까지 끌어올릴 것이 예상된다.
내년에는 특히 가계부채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는 중금리대출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시켰지만 중금리 대출은 올해 4분기부터 제외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카드대출의 특성상 중·저신용자가 몰려있기 때문에 카드사 중금리대출상품 출시를 부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벗겼다.
대신 금융당국은 자사 카드 고객에게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고객이 A카드사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A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상품은 이용할 수 없다. 기존 대출자의 금리만 낮추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 대출 늘리려면 레버리지규제 뚫어야…규제 불확실성 우려도
카드사들은 대출영업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수수료 수익 악화분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출영업을 마음대로 늘리고 싶어도 레버리지규제에 막혀 쉽지 않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사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도록 레버리지배율 규제를 받는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은 레버리지배율이 규제치에 임박하기 때문에 내년이면 추가적인 자본확충 없이 대출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삼성카드는 레버리지배율이 3.6배 수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아직 여력이 남아있다.
레버리지 규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당국이 카드사 대출영업을 지켜만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특히 카드론의 경우 다중채무자에 잔액이 많다는 점이 지적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다중채무자 카드론 잔액은 16조88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6% 늘었다. 다중채무자가 카드론 차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62%에 이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면 대출수익을 노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맹점과 상생을 이유로 수수료 수익을 희생해 결국 대출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카드대란을 겪은 경험이 있는 카드업계로서도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년 실적이 개선되거나 유지될 경우 수수료 수익을 더 희생하라고 할 것이 뻔한 상황"이라며 "본업에서 정당한 수익을 내고 대출은 시장에서 필요한만큼만 시행하는 것이 카드사와 시장 모두에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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