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고전하고 있는 카드사에 '레버리지배율 규제완화'라는 당근을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배율 규제완화에 대해 카드사들간 입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레버리지배율 규제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자산이 자기자본의 일정 배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는 자기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상당수 중소형사들이 레버리지배율 한도에 근접해 생존 차원에서 규제완화를 원하고 있지만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은 '레버리지배율규제 목적인 건전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롯데 등 6배 임박…"생존 문제"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경영악화를 보완해줄 방안을 내놓기 위해 가동중인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가 멈칫하고 있다. 설 연휴 전인 지난달 대안을 내놓기로 했는데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태스크포스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중 하나로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레버리지배율 규제 완화를 두고 카드사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정한 카드사 레버리지배율 규제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레버리지배율 규제는 카드사의 과도한 외형경쟁을 차단하겠다며 2011년 도입한 제도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카드론 등 대출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레버리지배율 규제에 근접한 곳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카드사들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 대출상품의 판매에 집중했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출시장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카드사는 이미 레버리지배율이 6배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레버리지배율을 최대 10배까지 허용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 레버리지배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레버리지배율이 5.95배에 달한다. 최근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레버리지배율 규제 완화는 더 절실해졌다.
지금 레버리지 수준으로는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곳이 새로운 대출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몸값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도 레버리지배율이 5.5배 이상으로 높은 편이고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도 레버리지배율이 5배를 넘는다.
◇ 대형카드사 "건전성 강화가 선결 조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대형카드사는 상대적으로 레버리지배율에 여유가 있다. 이들은 레버리지배율 규제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번 태스크포스가 카드업계 건전화와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레버리지배율 완화보다 선행돼야 할 조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당초 태스크포스는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 축소 ▲일회성마케팅 비용 축소 ▲신사업 추진 허용 등 크게 세가지 주제를 조율하기 위해 꾸려졌다.
하지만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과 일회성마케팅 비용 축소는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다.
대형사들은 레버리지배율 완화는 위 세가지 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요구사항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과 일회성마케팅 비용 축소 등 건전성을 높이는 장치없이 레버리지배율만 완화해 줄 경우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무수익자산 늘리기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사들은 과거 카드사태를 겪은 뒤 무수익자산 불리기를 통한 외형확대를 지양하고 카드판매와 신사업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힘써왔다고 항변했다. 만약 다른 조치 없이 레버리지배율을 완화할 경우 카드업계의 출혈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대형사들의 우려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레버리지배율 완화에 앞서 반드시 건전성 강화 장치가 작동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눈앞의 이익을 좇기 보다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카드업계 어려움을 해소해주는데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도록 해놓고 그에 대한 부작용은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태스크포스를 통해 업계 입장을 수용해 줄 것처럼 해놓고 결국 업계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