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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레버리지배율 족쇄에 결국 영구채 발행

  • 2019.07.10(수) 13:55

현대카드 이어 롯데카드 2천억..금리 연 3.95%
레버리지배율 규제로 자본확충 위해 발행
조달비용 높아 고육지책..'부채' 분류 가능성 리스크도

카드사들의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레버리지배율 규제로 영업용 자산 확보가 어려운 카드사들이 영구채 발행을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많은 카드사들이 레버리지배율 한도에 다다른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규제완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일반 카드채보다 조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영구채를 선택하고 있다. 영구채는 재무제표상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 롯데카드, 2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연 3.95%

최근 롯데카드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 30년에 연장도 가능한 영구채다. 금리는 연 3.95%다.

이달초 롯데카드가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3년물 카드채 금리가 연 1.7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카드채의 발행비용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이번 영구채에는 5년 후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Step-up)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지급을 연기할 경우 다음 이자 지급일에 누적해서 지급해야 한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가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원한다면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영원히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발행회사가 청산될 경우 상환순위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낮고 금리는 높다.

만기는 사실상 없지만 이번 롯데카드 경우처럼 일정기간 원금을 갚지 않는다면 금리를 높이는 스텝업과 만기 전에 원금을 갚을 수 있는 콜옵션을 함께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롯데카드 영구채도 만기 전인 5년 뒤 원금을 갚을 수 있다. 이 시기가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원금상환 가능성이 높다.

◇ 레버리지배율 규제에 '울며 겨자 먹기'

롯데카드가 다른 조달방법이 있음에도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레버리지배율 규제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는 레버리지배율 규제를 받는다.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면서 다른 수익성 자산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카드사로서는 치명적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1분기 레버리지비율이 5.8배 수준으로 규제 한계치에 임박했다. 대출은 물론 각종 판촉과 이벤트도 취급고가 늘어날까봐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드업계가 레버리지배율 규제 완화를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로서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를 발행해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카드가 영구채 발행에 따라 자본이 2000억원 늘어나면 6배인 1조2000억권 규모의 수익성 자산을 늘릴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지난해 7월에는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최초로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총 3000억원 규모로 금리는 연 4.7%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레저리지배율은 5.8배 수준이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카드사들의 레버리지배율 규제완화 요청에 대해 "레버리지 규제 한도에 근접한 카드사는 증자 또는 영구채를 발행하면 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레버리지배율 규제 한도에 다다랐다는 것 외에도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카드는 매각이 진행 중이며,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이 금융그룹통합감독을 받고 있어 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어렵다.

◇ 영구채, 회계기준 변경 리스크.."부채로 바뀌면 부담 커 규제완화 절실"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은 높은 조달비용 외에도 문제점이 있다. 영구채가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금감원은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제출했다. 최근 IASB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개정하기 위해 각국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회계기준 변경은 오는 2022년으로 예상된다.

IASB는 지난해 8월 '기업을 청산할 때 금융상품을 발행자가 갚아야 할 경우, 성과나 주가에 상관없이 보유자에게 특정 금액의 수익을 약속해야 할 경우 금융부채'라는 자체 토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영구채도 부채다. 금감원도 영구채 분류에 대해 IASB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회계기준이 변경된다면 카드사들은 영구채를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카드 등 레버리지배율이 한계에 다다른 다른 카드사들도 영구채 발행 여부를 고민 중"이라며 "금융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레버리지배율 규제를 고집하면서 카드사를 더 큰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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