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를 당초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늦추기로 결정했다.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각국 업계의 건의사항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IASB는 영국 런던 현지시간 17일 이사회를 열고 IFRS17 도입 1년 연기 안건을 위원 14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IFRS17은 2023년 1월부터 시행되게 된다. IASB는 올 6월 안에 IFRS17 최종 개정 기준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IASB는 이사회 이후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IFRS17의 적절한 이행은 보험 계약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이라며 "이번 이사회 결정은 각국 보험사들이 새로운 표준을 구현하는데 유익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IFRS17 연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IASB는 2017년 부채를 현재 가치로 재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IFRS17을 최초 공표하고 당초 시행시기를 2021년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준비시간이 부족하다는 각국 건의를 받아들여 이듬해 시행시기를 2022년으로 1년 늦춘 바 있다.
이번 연기 결정에는 각국 업계가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제기한 것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보인다. IASB 이사회에 앞서 공개되는 '스태프 페이퍼(Staff Paper)'에는 실무적인 면에서 IFRS17 도입에 따른 시스템 구현 작업과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보완 작업 요청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IFRS17 도입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IASB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의견을 취합할 당시 유럽 국가를 필두로 IFRS17 제도 도입 연장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평가 방식에서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매출 산정에서 저축 요소가 빠져 수익 계상 방식도 달라진다. 부채가 늘고 수익이 줄면서 재무 상태가 크게 바뀌게 되는 만큼 국내 보험업계는 관련 시스템 개발과 자본확충 등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와 저성장이 고착된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IFRS17 도입에 앞서 자본확충 작업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부분의 대형사는 이미 시스템 구축 작업을 마쳐 크게 영향이 없지만 일부 중소형 보험사가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FRS17 도입에 맞춰 도입을 추진하던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시기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K-ICS는 IFRS17 도입에 따라 시가로 평가되는 자산과 부채에 맞춰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자본금 기준을 정한 제도다. 금융당국은 2018년 IFRS17 시행 시기 연기 당시 K-ICS 도입 시기도 함께 연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