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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 2020.04.06(월) 09:20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큰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양차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그리고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 등 거대한 사건은 살아남은 자에게 큰 영향을 주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번 사태도 결국 진정되겠지만 그 이후 삶은 달라질 것이다. 어찌되었건 현재 위기는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도 어둠과 밝음은 공존한다.

보험산업을 예로 들면 이번 사태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줄어들었다. 연성보험사기의 경계점에서 입원해 있던 사람들이 퇴원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위 ‘나이롱 환자’라 불린다.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차량 운행이 줄어들어 교통사고가 감소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반면 보험 중개 시장의 주력인 대면채널은 위축되고 있다. 대면채널의 중개는 계약자나 피보험자를 만나 설계된 상품을 설명하고 청약서에 서명을 받아야 완료된다. 하지만 타인과의 만남을 거부하기 때문에 대면채널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진정된 후 보험 산업의 전망은 어둡다. 예측 가능한 거대한 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다.

여러 통계 수치를 관찰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중이다. 역피라미드로 변하는 인구구조는 코로나19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보험 산업도 피해갈 수 없는데 안타깝게도 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품는다. 따라서 변화에 대응을 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은행권이나 증권가에서는 이미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전략과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는 중이다. 2030세대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은 여러 금융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략을 새롭게 구축해야 해당 산업의 지속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보험은 가장 돈이 많은 수요층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연령 심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험은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가입을 원한다고 해서 계약이 체결되진 않는다. 보험사가 이를 허락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도 이익을 내야 존속이 가능하기에 위험률이 큰 계약은 인수를 거절할 수 있다. 쉽게 지난달 암 진단을 받은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 계약은 보험사가 인수하지 않는다.

보험사가 주요하게 판매 중인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의 연령 인수 기준은 일반적으로 65세다. 질병 위험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고연령자를 대상으로 한 계약 인수는 큰 손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보험은 65세 미만자 등 한정된 연령층에게만 신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제약조건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보험은 다른 금융 산업과 비교 인구구조 변화를 가장 빨리 경험하고 그 대응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위기의 대응으로 ‘사람이 아닌 다른 피보험목적을 대상으로 한 보험 종목에 대한 투자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면 되지 않을까’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65세 미만 유효피보험자가 축소된다면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 등 보험목적이 사람이 아닌 대상을 보장하는 보험에 대한 선회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유 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당 점유 주택 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우선 생명보험을 배제한다. 자동차보험이나 주택화재보험 그리고 반려동물보험은 관련법으로 인해 손해보험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효피보험자의 급격한 감소를 두고 생명보험의 위기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도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인구구조 변화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가리지 않고 보험산업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손해보험은 사람을 피보험목적으로 삼는 인(人)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이 전통적으로 사망 보장을 중심으로 한 종신보험으로 성장했다면, 손해보험은 제3보험의 영역에서 실손의료보험, 사망, 진단비 등을 중개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따라서 유효 피보험자의 축소는 생·손보 구분없이 한국 보험산업 전체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비혼,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의 세부적인 과정이 심화되고 있어 사망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의 상품 전략도 제3보험의 생존담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생명보험의 제3보험화는 위기의 정촉매로 작용한다. 제3보험은 한명의 피보험자가 가입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다. 흔히 누적한도라 부르는 개념으로 인해 축소된 피보험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비가 과도하게 집행되고 장기 저금리 기조 등 인구구조 변화 이외 악영향이 겹쳐 보험 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험사도 미래 성장동력인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오랜 불신으로 인해 새로운 세대에 대한 호응은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살펴본 것처럼 보험산업은 인구구조 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따라서 다른 금융과 달리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산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기존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비효율이 심한 보험사나 영업조직 그리고 설계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또한 전통적인 대면채널 이외 비대면채널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혁신이 기대된다.

끝으로 헬스케어 등 보험 이외 산업과 협업하여 전통적 보험산업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물론 보험 산업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요층에 대한 배려와 그들의 공감 없이는 어떤 대응도 성과를 낼 수 없다.

금융 민원 중 부동의 1위는 보험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희생을 강요하며 성장한 보험산업이기에 이제부터라도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험산업의 적(敵)과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는 모두 그 내부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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