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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이륜자동차

  • 2020.07.27(월) 09:30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어린이보호 구역에 대한 처벌 강화를 핵심으로 한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 중에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었던 것도 도로 안전을 위한 처벌 강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모든 법이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며 법의 사각지대에 위험이 노출된다.

일상 속 여러 사고 중 교통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미성년자도 보행 중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보행자의 안전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보도나 횡단보도의 차량 주행을 법으로 금지하며 해당 사고를 중과실 사고로 분류하여 공소제기 후 형사책임까지 부과한다.

그런데 최근 요식업을 중심으로 배달 대행 플랫폼이 일상의 평범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이륜자동차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요청된 주문이 음식으로 만들어져 배송되기 위해서는 이륜차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차종의 급증으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사례만 요약해보면 우선 인도 주행이다. 인도는 보행자를 위한 길로 이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해야 하지만 배달 업무를 수행 중인 이륜차의 인도 주행은 쉽게 목격된다. 다음으로 횡단보도를 보행자와 동일하게 건너는 경우도 많다. 조금 더 확장하면 신호위반이나 과속 그리고 중앙선 침범 등의 불법 행위도 자주 관찰되기에 보행자뿐만 아니라 도로를 주행 중인 다른 자동차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물론 해당 문제를 운송 주체인 배달 이륜차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건당 배달료를 받기에 시간이 곧 돈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도 해당 차종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기에 피해자 구호 측면에서 배상책임 보험에 대해 고민할 지점이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 모든 자동차 소유자에게 자동차보험의 배상책임 일부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운전 중 타인의 신체피해를 배상하는 대인배상이다. 대인배상의 의무가입 한도는 대인배상Ⅰ까지다. 대인배상Ⅰ의 한도는 사망과 후유장애 1급 기준 1억 5000만원, 상해 1급 3000만원이 최고 한도다. 관련 법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람의 신체 피해 정도를 후유장애 및 상해 각각 14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때문에 타인의 신체피해를 대인배상Ⅰ만으로 처리하기에는 배상한도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시 뒷목을 잡고 내리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 병원에서는 경추염좌 진단을 받는다. 해당 진단 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기준에 따라 상해 12급을 부여받는다. 이때 대인배상Ⅰ의 상해 12급 처리 한도는 120만원으로 충분한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부족하다. 사망사고나 후유장애 1급의 경우 배상액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넘어서기에 대인배상Ⅰ의 초과분은 대인배상Ⅱ에서 처리된다.

하지만 대다수 배달 이륜자동차가 타인의 신체피해에 대한 대비로 대인배상Ⅰ만 가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륜자동차보험은 운행 목적에 따라 영리목적으로 운행하지 않는 출퇴근용, 차주 본인의 업무를 위한 배달에 사용하는 비유상운송용, 배달 대행 목적으로 이용하는 유상운송용 세 가지로 구분한다. 따로 상품이 구분된 것이 아니라 '상법' 제651조 계약 전 알릴의무로 차량 용도를 보험사에게 알리게끔 한다.

문제는 이륜자동차의 사고 발생 확률과 손해율이 높아 상당수의 보험사가 대인배상Ⅱ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출퇴근용으로 알려 대인배상Ⅱ에 가입되었더라도 배달 대행 업무를 위한 운전 중 사고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등 여러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배달 대행 이륜자동차와 사고가 난 피해자는 충분한 피해보상을 가해자로부터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때 피해자 본인이나 부모 또는 자녀가 가입 중인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로 대인배상Ⅰ의 한도 초과분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해자의 자동차보험 회사로부터 가해 이륜자동차 운전자는 구상 소송을 당해 큰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한 보행자 본인과 가족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피해를 회복할 길이 막막해진다. 번외로 피해자측 보험사가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를 처리한 후 구상 소송 등으로 피해자에게 처리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여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된다.

요식업 배달 대행 플랫폼으로 하루에도 셀 수 없는 많은 주문이 전송되지만 각 지역별 요식업 사업장은 해당 지역의 이륜차 배달 대행 업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배상책임의 사각지대에 노출되고 보행자와 도로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이다. 또한 법적 의무가입 한도만 가입한 채 한도 초과 피해를 내거나 인도 주행 등 중과실을 원인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는 공소제기 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리하면 많은 사람이 배달 플랫폼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교통사고의 위험에도 동시에 노출된다. 또한 가해자는 민·형사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경제적으로 파산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도 피해 구호를 위한 안전장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위험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높은 손해율을 기록하는 고위험 피보험물건인 이륜자동차를 무턱대고 인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배달 플랫폼이나 지역 배달 대행 업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제 설립 등을 통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플랫폼 노동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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