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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사업비 개편안의 핵심

  • 2020.08.31(월) 09:30

평온한 일상이 극단적으로 뒤집어진 상태가 전쟁이다. 전시는 살인까지 허용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 간 전면전에서도 개전과 종전을 위해서는 그럴싸한 명분이 필요하다. 실제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동원될 국민의 동의와 결집을 위해서 또는 적국 이외 국가들의 이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좋은 핑계가 필요하다.

지난 1월 15일 금융위원회는 '보험 상품의 사업비와 모집수수료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불완전판매를 감소시키고,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거나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대의의 방향은 보험 소비자를 향한다. 오랜 시간 전체 금융 민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의 1위가 보험이다. 또한 보험료의 특성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한 현재 소비이기에 모두가 아까워한다. 따라서 두 가지 명분은 사업비 개편안의 필요성에 큰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목적이 있거나, 없어도 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개정안은 '수수료'를 '모집에 대한 대가 및 모집한 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관련한 모든 형태의 금전 및 물품 등을 포함'하는 명확한 개념으로 정의한다. 정의의 목적은 수수료를 통제하기 위함이다. 대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보험사가 모집을 한 채널에 지급하는 모든 이익은 수수료로 규정되고 통제된다.

대상이 명확해졌기에 규제의 방향도 정의되는데, 핵심은 '초년도 모집 수수료 상한 설정'이다. 앞서 언급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설계사의 계약 1차 년도 수수료 등이 소비자 납입 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된다. 쉽게 신계약을 모집한 설계사가 그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초년도 수수료 총량은 월납 보험료의 1200%를 넘지 못한다. 가령 월납 보험료가 10만원인 장기 신계약을 모집할 경우 1차 년도에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120만원을 넘지 못한다. 이 조치는 분명 초년도에 과도한 모집 수수료를 지급하여 발생되었던 부당 승환 또는 작성 계약을 상당히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개정 취지로 내세웠던 명분도 충족될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이 목적한다고 밝힌 취지 이외의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변화 속에는 보험 산업의 성숙으로 인해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IFRS17로 인해 비용을 줄여야 하는 보험사의 생존 목적이 겹쳐 보인다.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보험 산업에서 흐르는 돈의 방향은 보험사가 결정한다. 보험료는 계약자가 납입하지만 그 돈의 흐름은 보험사가 통제하는 구조다. 오래 전 보험사는 신계약 모집의 비용을 전속 설계사에게만 지급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보험대리점 등 다른 모집 수단이 등장하여 경쟁 중에 있다. 결국 보험사는 신계약 모집을 위해 초년도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산업이 성장하는 국면에서는 매출도 높아 비용 지출을 상쇄했지만 현재는 비용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전략 이외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사업비 개편안으로 촉발된 보험사의 비용 축소 노력은 궁극적으로 모집의 주요 채널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신계약 모집은 전속에서 대리점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대면채널이란 본질은 동일하다. 대면채널은 현존하는 다른 채널 또는 앞으로 등장할 모집 수단과 비교할 경우 비용이 가장 높다.

다만 보험사 입장에서 효율이 높은 채널로 돈의 흐름을 급격하게 변경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기보험에서 비롯되는 계속보험료 수익을 따져야하기 때문이다. 사업비가 상각된 계약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계속보험료 수익은 보험사 매출에 있어 절대적이다. 현재 장기 계속보험료가 발생하는 계약의 9할 이상이 대면채널에서 모집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비 개편안을 시작으로 기존 주요 채널의 모집 효율을 높이고 계속 보험료를 방어하며 채널 개편의 출구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보험 중개 시장에서 채널 간 효율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따라서 보험사는 더 효율적인, 쉽게 모집 비용이 적게 사용되는 방법으로 관심이 경주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비대면 소비 경험과 기술 발전이 채널의 급격한 변화를 가중시킬 것이라 예상된다. 이 시작이 내년 시행될 보험업법감독규정 개정, 즉 사업비 개편안이다. 따라서 각 채널과 소속 관계자는 본인의 생존과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 해당 변화를 민감하게 살펴보고 이해해야 한다. 특히 대면채널은 과거처럼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효율을 높이는 등 선제적이고 채널 내부적인 대응을 통해 거대한 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보험대리점은 매번 상품 비교의 장점을 내세웠지만 결국 수수료 비교를 했고, 전속 설계사는 한 상품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받아 컨설팅 역량이 좋음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내세운 명분과 비교 부족하다. 다이렉트 등 직판도 비대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고 대형 플랫폼이 보험 산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보험 산업의 특성을 이해한 새로운 위험 환기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떤 명분이건 그럴싸하지만 그 내면의 진짜 의도를 살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산업 내 모집 방법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어야 하며 그 기준은 보험 소비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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