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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소비자 경험의 변화

  • 2020.10.05(월) 09:30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기술발전에 코로나19까지 겹쳐져 모든 영역에서 변화의 가속도가 붙는다. 급변하는 사회 속 개인은 '나만 뒤처지지 않을까'란 걱정으로 불안하다.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지도 않으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도 실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각 개인이 주도적으로 변화의 중심에 서서 무엇인가를 선택할 여유도 없어 보인다. 무한 경쟁 속에서 타인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방향을 살피지도 못한 채 속도만 쫓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험도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과거의 것이 유지되는 영역도 존재한다. 보험 소비자가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경로를 흔히 '모집채널'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설계사로 상징되는 대면채널을 통한다. 최근에는 모집종사자인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 다이렉트 등을 통해 계약자가 보험사에 직접 가입이 가능하며 모집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 비대면이 강조되는 시기에도 전통적인 대면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률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이 거래되는 시기에 유독 보험 유통 경로는 전통의 것이 강세다.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채널별 가입률에서 대면채널은 생명보험이 94.6%, 손해보험은 91.4%로 타 채널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준다. 인터넷 다이렉트를 통한 직접 가입률은 생명보험이 4.9%, 손해보험이 15.2%에 그친다. 손해보험에서 직접 가입률이 다소 높은 이유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의 영향이 크다. 실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장기보험을 살펴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직접 가입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작년 자료라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의 가입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실제 보험사 내부 자료를 살펴보면 비대면이 생존의 필수 조건인 시기에도 대면채널 가입률은 유지 내지 다소 성장했고, 직접 가입률은 미약하게 상승한 정도에 그친다. 그런데 대면채널의 가입 경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계약 체결이 온전히 대면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모바일 청약을 활용한 비대면 모집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보험설계사의 비대면 영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관련 법상 설계사가 계약자를 직접 만나 자필서명, 청약서 부본 및 약관 전달, 상품의 주요의무를 성명해야 보험 계약이 성립한다. 하지만 대면 접촉을 통한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비대면 영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때문에 최근 체결된 계약의 모집 경로에서 대면채널의 비중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최종 경로는 대면채널을 통한 것이지만 그 과정은 비대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인 비대면 모집의 증가세를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보험을 구매하는 경험이 변하기 때문이다. 굳이 설계사를 대면하지 않아도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소비자가 증가한다면 이는 채널별 가입률을 급격하게 변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대면채널이 유효한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위험에 대한 누군가의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측면은 개별 설계사가 고객과 맺고 있는 관계가 타 채널과 비교 가장 효과적이며 향후에도 일정 기간 영향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 경험이 증가할수록 모집의 각 경로에서 대면채널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설계사 교육에서 계약 체결의 과정은 '필요성 환기 – 기존 계약 분석 – 신계약 체결'의 순서로 이해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계약 분석은 보장분석 프로그램이 대신하고 있으며, 청약 진행도 비대면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설계 과정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완성된 단계다. 계약 후 사고 발생 시 소액 청구도 키오스크나 모바일을 통해 소비자의 손으로 직접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기에 해당 법의 통과는 보상청구를 통한 설계사와 소비자의 접점 유지에도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끝으로 보험의 필요성이나 위험을 환기하는 것도 빅데이터 등에 기반한 비대면 마케팅 수단의 영향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대면채널의 중심인 설계사는 모집부터 청구까지 계약 전후 모든 과정을 통제했다. 하지만 기술발전과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이 생존 화두로 떠오르며 세부적 과정에서 탈 대면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각 과정에서 대면채널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대체 수단이 소비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대면채널의 종사자도 그리고 소비자와 새로운 연결점을 찾고자하는 측도 모집 채널이란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보험 가입과 사용 경로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각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지, 설계사의 전통적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는지 등은 향후 전체 모집 채널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 모집 방향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정답은 항상 소비자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술발전과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정답인 소비자 경험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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